새마을금고 등,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고 교체에 대한 법률검토까지 끝냈다"
한성FI, 미국 본사와 10년 장기계약…유현주 프로 등 섭외하며 이미 판매ㆍ마케팅 돌입
어느 쪽도 물러서기 어려워 소송 예상…브랜드 평판ㆍ판매망ㆍ통일성 모두 타격입을듯
인수자의 조단위 딜 경험 부재가 원인 지적도…글로벌 경영진 '관리능력' 시험대에 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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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골프용품사 테일러메이드가 한국 사모펀드에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황금알'로 치부되는 의류사업(어패럴) 국내 판권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사모펀드는 처음부터 "한국 어패럴 총판 계약업체를 내년에 교체해버리겠다"며 자금과 투자자를 모집했다. 반면 한국 총판사는 이런 내용은 일절 통보 받지 못한 채 자체적으로 테일러메이드 글로벌 본사와 10년 짜리 장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브랜드 런칭과 판매망 구축, 그리고 공중파 방송프로그램 마케팅까지 시작한 상황이다.
어느 한쪽도 물러서기 힘든 상황이어서 소송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높다. 이 과정에서 '고가 브랜드'를 표방한 테일러메이드 어패럴의 평판에도 타격이 생길 우려가 제기된다.
한성FI, 캘러웨이 라이선스 끝나자 테일러메이드 런칭…유현주 프로섭외ㆍ공중파 프로그램 참여
테일러메이드 어패럴 국내 판권은 현재 한성에프아이(한성FI)가 보유 중이다. 한성은 캘러웨이·올포유·레노마 등 3개의 골프의류 브랜드를 비롯, 총 5개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2013년 런칭한 캘러웨이 어패럴 라이선스가 8년 만기가 지나면서 지난달 말 종료됐다. 이에 한성은 일찌감치 캘러웨이를 대신할 테일러메이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협상, 최종 계약을 맺고 브랜드를 정식 런칭했다.
회사 측은 "10년 라이선스 계약이며, 계약은 테일러메이드 글로벌과 맺었다"며 "테일러메이드 한국지사가 오는 7월부터 우리를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브랜드 런칭과 함께 한성은 이미 골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유현주 프로를 자사 모델로 섭외하는 한편, 유 프로와 이경규ㆍ이승기ㆍ이승엽 등이 출연한 SBS 골프 프로그램 '편먹고 공치리'를 통한 마케팅 활동도 활발히 진행했다. 아울러 여름 골프웨어를 출시하고, 공식 판매사이트도 오픈한 상황이다.
센트로이드, 한성과 계약 진행 알면서도 "내년에 교체한다"며 자금모집
반면 테일러메이드 글로벌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 센트로이드PE는 애초부터 "한성의 라이선스 계약을 내년에 해지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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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말 센트로이드가 인수자금을 모을 당시.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내부자료('PROJECT SUNDAY RED' Information Memorandum Jun.2021 ver.2.0)에 따르면 외부 투자자 유치조건으로 "한성FI와의 계약은 센트로이드와 TMG(테일러메이드그룹)간 협의 하에 내년 중 해지할 계획임"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때는 공동 투자자로 더네이쳐홀딩스와 논의를 하던 시기였는데 더네이처홀딩스에게도 "기존에 체결한 계약에 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대한민국에서 진행하는 의류 제품의 디자인, 제조, 판매 관련 사업권한을 가짐'이라는 조건을 제공했다.
투자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고, 투자검토 단계에서 라이선스 해지가 문제 되지 않을지 법률적인 검토까지 끝냈다.
새마을금고가 대표적인데,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최초부터 수천억원의 자금을 대기로 확정해 사실상 핵심투자자 역할을 맡았다. 이와 관련, 박천석 새마을금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센트로이드를 통해 한성FI가 글로벌 테일러메이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중이라는 점, 그리고 센트로이드가 한성을 내년에 교체할 계획 등을 전해 받고 이미 알고 있었다"며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는지 법률검토까지 하고 판단해 이번 투자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현재는 더네이처홀딩스 대신, 공동투자자로 의류기업 F&F이 총 5000억원을 투입해 테일러메이드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1000억원 투자를 약속한 더네이쳐홀딩스보다 투자금이 5배나 늘어났으니 더네이쳐에 제공된 것보다 더 많은 '혜택'이 제공되어야 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자연히 한성FI가 지닌 국내 판권 계약은 최종적으로는 F&F에게 돌아가는 조건을 센트로이드가 제공하지 않았겠느냐는 짐작이 많다.
F&F는 이에 대해 "테일러메이드와 한성FI의 국내 판권 계약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인수에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한성FI의 판권을 해지시키고 이를 F&F가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답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어패럴 장사 해야 돈벌어"…한성 vs 센트로이드-F&F 누구도 물러나지 못할 상황
자연히 양측 대립이 불가피한데 어느 한쪽도 물러나기 힘든 구조다.
한성FI는 과거 8년간 매출 상당부분을 차지한 캘러웨이 브랜드를 대체하려고 테일러메이드 라이선스를 준비했다. 여기에 들인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이를 센트로이드-F&F에 뺏기면 회사의 성장동력을 잃어버리고 큰 매출타격을 입는다. 내년에 라이선스를 해지하겠다고 해도 순순히 물러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자연히 소송으로 맞불을 놓아야할 수요가 크다.
한성FI 측은 “테일러메이드와 맺은 계약은 유효하고 한성FI 또한 테일러메이드 어패럴의 장기적 사업 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게다가 한성으로서는 억울한 부분도 없지 않다. 한성FI는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하면 내년에 한국 의류 라이선스를 해지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센트로이드-F&F의 입장도 만만치 않다.
F&F는 이번 논란에서 "테일러메이드 매출 비중은 골프클럽 및 볼이 90%, 기타용품 8%, 어패럴이 2% 정도의 비중이다"며 "F&F는 테일러메이드 국내 의류 판권 확보가 아닌 ‘본사 경영권 인수’를 위해 참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성FI의 국내 어패럴 라이선스 문제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겠다" 혹은 "대수롭지 않은 사안이다"로 읽힐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그간 센트로이드가 투자자들을 만나며 진행한 설명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테일러메이드를 통해 이제 타이틀리스트-캘러웨이와 경쟁해야 하는 센트로이드는 사모펀드다보니, 향후에 회사를 재매각해야 한다. 가격을 높게 받으려면 지금보다 매출을 크게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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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투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센트로이드는 매출증진의 핵심전략으로 "어패럴 사업, 특히 한국과 중국 어패럴 사업을 강화해 추가수익을 내겠다"는 입장을 투자자들에게 강조했다. 즉 현재 의류사업 매출비중이 2%에 불과해보여도, 이 2%를 얼마나 늘리느냐가 사모펀드의 최종 목표인 '고수익 확보'에 절대적인 키워드라는 의미다. 한국 어패럴 사업을 다른 회사에 라이선스를 주고서는 이런 전략을 달성하기 어렵다. 결국 반드시 한성FI의 판권을 뺏어와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게다가 센트로이드는 투자자들에게 '한성FI의 라이선스 비즈니스 모델'과 '한성의 기획역량'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센트로이드는 투자자 배포자료에서 "(캘러웨이가) 국내 어패럴 전문업체 '한성'과 라이선싱 모델로 진입했으나 차별적 브랜드 구축에 실패"했다고 소개했다. 또 캘러웨이 사업을 진행할 당시 한성의 마케팅-유통-인력구성에 대해 "한성의 디자인 및 제품 기획 역량은 다소 제한적이다" , "한성은 재고소진위해 20년말 대폭할인을 진행했으나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과거에는 가격통제를 엄격히 진행했다", "별도 인력투자가 없었고 한성이 보유한 인력을 활용했다"고 부정적인 비판을 실었다. 이를 통해 테일러메이드의 국내 어패럴 사업을 '라이선스'를 주는 형태가 아닌, 타이틀리스트처럼 본사가 '직접 진출'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신의성실의 원칙' 차원에서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이 전략을 달성하려면. 어쨌든 센트로이드는 한성FI의 라이선스를 없애고 자사 등이 직접 국내 어패럴 사업을 관할해야 한다. 양측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센트로이드는 한성FI의 라이선스를 해지할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센트로이드 정진혁 대표는 "현재로서는 통상적인 답변 밖에는 드리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센트로이드 측은 "테일러메이드 인수 완료 후 현재 통합 작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테일러메이드 본사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관련 법령과 계약을 준수하며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의 테일러메이드 어패럴 부문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재권 변호사들 "소송으로 치닫을 가능성 매우 높아"…M&A업계 "인수자 경험부재가 원인"
지적재산권 관련 변호사들은 이번 상황에 대해 "양측간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한성FI에 대한 라이선스 해지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쉽사리 결정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들을 보였다.
국내 한 대형로펌 지재권 변호사는 "물론 각 회사가 맺은 계약서 내용에 따라 달라지며 라이선스 계약해지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라이선스를 맺으면서 상당한 설비투자 비용을 한게 있기 때문에 바로 교체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반적으로는 계약서에 주주가 바뀌면 라이선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등의 문구를 넣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계약서와 상관없이 소송전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거의 다반사"라고 설명했다. 한성FI로서는 이미 투자한 비용을 통째로 날리기 때문에 쉽사리 물러서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M&A업계 고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혹은 해외 브랜드의 현지 런칭이 엮어있는 M&A거래는 거의 100%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각국에 뿌려진 총판 라이선스 해결 문제로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며 "센트로이드가 이 문제를 너무 쉽게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달리 말해 지금은 한국 어패럴 사업의 라이선스 문제만 부각됐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것. 현재 테일러메이드는 직전 대주주인 아디다스 글로벌과 테일러메이드 한국, 테일러메이드 일본이 각각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위탁생산할 수 있는 구조여서 다른 국가에서 유사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향후 양측 간 대립이 본격화될 경우. 테일러메이드 어패럴의 평판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만약 1년 혹은 몇년 뒤 라이선스 계약이 해지되고 테일러메이드 본사가 어패럴 사업을 관할한다면. 지금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테일러메이드 의류의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티셔츠 한벌에 수십만원의 고가브랜드를 표방하는 의류를 샀지만 곧바로 '옛 디자인'으로 치부받을 수 있다는 것. 행여 대립이 장기화, 각각 테일러메이드 어패럴 사업을 진행한다면 동일 브랜드를 2군데 회사에서 내놓으면서 고가 브랜드 이미지는 치명타를 입는다.
투자업계는 이번 사태의 한 원인으로 센트로이드의 조단위 글로벌 M&A 경험 부재를 지적하기도 한다.
알려진대로 센트로이드는 6년 남짓한(2015년 설립) 업력의 중소형 사모펀드 운용사로, 참여한 인맥은 대부분 ▲30대 후반 ▲고려대 학맥으로 분류된다. 맥쿼리증권 IB출신인 정진혁 대표 (84년생ㆍ고려대 경영학)을 시작으로 신창호 대표 (고려대 기계공학ㆍ삼성물산 해외상사 출신), 김준희 상무 (고려대 경영학ㆍ산은캐피탈 투금실 출신), 김진만 이사(고려대 경영학ㆍ한국감정원 출신) 백민우 이사(고려대 경영학ㆍ씨젠 사업기획실 출신) 등이 이끌고 있다.
6명의 임원진 가운데 5명이 고려대 출신. 그 가운데도 4명이 모두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들이고, 실무진들에도 경영학과 출신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다보니 PEF업계에서는 "젊은 고려대 경영학과 친구 혹은 선후배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운용사"라는 평판을 지니고 있다.
다만 테일러메이드 거래 직전까지는 조단위는 고사하고 수천억원 수준의 바이아웃 투자 경험은 지니지 못했다. 웅진북센, 솔리드이엔지 등 소규모 거래가 주요 투자 목록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골프장 인수도 추진중이지만 전부 개별적으로 자금을 모아야 하는 프로젝트 펀드 형태로 추진된다. 이 정도 경험을 지닌 이들이 글로벌 회사 경영권을 인수하다보니 시장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 최초 공동 인수자로 더네이쳐홀딩스를 뽑았다가 상대방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F&F를 교체한 일을 두고도 이런저런 언급들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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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내 판권 문제는 센트로이드-F&F의 글로벌 테일러메이드 경영진에 대한 '관리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 보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한성FI에 라이선스를 제공한 것이 현 경영진이다. 아울러 센트로이드는 그간 현재 테일러메이드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에이블리스(David Abeles)를 비롯한 현재의 경영진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던 터여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