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자동차·장기보험 반사이익 얻는 손해보험
금리 상승으로 RBC 비율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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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하반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손해율이 줄어드는 등 반사이익을 얻은 손해보험 업계는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는 평이다. 반면 생명보험은 저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기준) 2분기 추정 순이익은 약 8000억원이다. 작년과 비교해 11%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시기 주요 생명보험사 (삼성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의 총 순이익 전망치는 4000억원대 중반에 머문다. 전년보다 오히려 30% 줄어든 수치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이 같은 기조를 지지하고 있다. 지난달 NICE신용평가는 주요 금융업종 중 생명보험업에 대해서만 보수적인 의견을 냈다. 손해보험을 비롯해 은행, 증권사, 신용카드, 할부리스,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대부업 등 다른 8개 업종의 하반기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봤다.
생명보험업계의 저수익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도 생명보험사의 '이차역마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코로나 19 관련 비경상적 요인이 더해져 전반적인 실적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의 반사이익이 이어진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부터 나타난 자동차 손해율 개선 추세는 올해 하반기에도 유효하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고율이 감소하고 있어 자동차 보험료 인상 효과가 지속된다는 까닭이다. 지난달 손보사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계절적 요인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보험뿐 아니라 장기보험의 손해율도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모습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가 길어지는 만큼 장기위험손해율 상승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거리두기완화 또는 코로나 19 종식 시 그동안 억제됐던 비급여 치료 수요가 증가함에 따른 장기위험손해율 상승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우려는 기우”라고 설명했다.
보험시장의 하반기 전망과 관련,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손해보험의 손해율은 코로나 이전까지 올라가리라 예측하지 않지만, 생명보험 손해율은 이전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전반적으로 경기 타는 양상과 손해율 규제가 비슷하게 적용돼도 생명보험은 종신보험, 암보험, CI보험 등 상품구성이 손해보험보다 더 무겁게 취급된다”라며 “손해율이 코로나로 인해서 개선됐던 효과가 영구적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지급여력비율(RBC비율)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공통점이다. 하반기 시장금리 상승이 전망돼서다. 보험사들은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다. IFRS17 하에서는 보험사 부채 듀레이션이 현재 30년에서 50년으로 연장된다. 부채 듀레이션이 늘어나면 대부분 보험사의 RBC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듀레이션은 ‘만기 기간’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자산 듀레이션이 8년일 경우 보험사는 8년 만기인 자산을, 부채 듀레이션이 10년일 경우 보험사는 10년 뒤에 돈을 돌려줘야 할 부채를 가졌다는 의미다. 듀레이션 갭이 2년이라는 것은 자산의 만기가 부채의 만기보다 2년 짧다는 뜻으로, 2년 동안 자산수익 없이 부채의 만기를 견뎌야 한다는 뜻이다.
보험사는 계속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나 금리 상승기에 RBC는 하락 요인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자본만 감소해 RBC 비율이 하락한다. 선제적으로 자산 듀레이션이 확보된 보험사가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이어가기에 유리하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지난 4월 21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그 결과 메리츠화재의 RBC 비율은 지난해 말 211.4%에서 223.8%로 12.4%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보험사들은 후순위채와 보완자본 발행과 채권 재분류를 통해 금리 상승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