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투자 가능성 낮다는 점은 '부담'
후속 투자 못 받으면 사실상 투자길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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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스타트업 ‘투자 전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는 자사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육성조직) D2SF로, 카카오는 벤처투자전문사인 카카오벤처스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투자한 기술 스타트업만 D2SF는 19곳, 카카오벤처스도 14곳이다.
DS2F는 2015년 창립 이후 현재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이 70곳에 이른다. 대다수가 창업 초기 단계 기술 스타트업으로,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M&A(인수합병) 가능성도 열어두고 투자를 한다는 설명이다.
2012년 시작한 카카오벤처스도 초기투자 전문으로 2019년엔 46개 스타트업에 408억원 규모의 신규 및 후속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2019년 기준 170개 이상, 누적 투자금은 176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전년 대비 투자 건수가 다소 감소해 16건의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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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스타트업 기업이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스타트업이 네이버와 카카오를 모두 투자자로 맞는 경우가 거의 없다. 카카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면 네이버의 투자금은 포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문율’처럼 여겨지고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후속 투자가 지지부진 해 자금 사정이 빠듯해지는 사례도 있다. 일례로 몇 년 전 서비스를 시작한 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얼마 전 후속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창업 초기 네이버의 투자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장밋빛 미래가 점쳐졌지만 네이버가 더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문이 빠른 스타트업 업계에서 초기 투자자가 후속 투자 결정에 미적지근했던 터라 외부 투자자를 모으는 데 시일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초기에 일부 자금을 태웠더라도 추가 성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후속 투자를 안 하는 사례가 많다”라고 말했다.
두 IT공룡이 투자를 검토하다가 의사를 거둬들인 경우에도 스타트업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직면한다. 투자가 불발됐다는 소문이 한번 돌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투자 안한 이유가 있겠거니”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투자 검토를 받는 것조차 ‘족쇄’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네이버와 카카오의 투자 유치가 절실한 스타트업들은 많다. 최근 업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면서 투자사를 가릴 처지가 아닌 상황에 놓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투자사로서 설령 ‘갑질’을 하더라도 당장 자금이 부족하다면 일단은 반길 수밖에 없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투자 받은 이후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당장 회사가 망하게 생겼는데 투자금을 마다할 회사는 없을 것”이라며 “스타트업의 90%는 네이버나 카카오가 지분을 사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재무적투자자(FI)보다 전략적투자자(SI) 유치를 선호하는 점도 네이버와 카카오를 반기는 이유 중 하나다. IT공룡의 플랫폼 경쟁력을 투자 기업 사업모델에 적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투자한다면 해당 사업영역에 당장은 직접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있다.
일례로 온라인투오프라인(O2O) 청소 서비스 홈클은 지난 2016년 서비스를 접었는데 카카오의 가사도우미 서비스 홈조이의 진출과 맞물리면서 후속 투자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 T맵택시 등과 경쟁하던 리모택시 역시 같은 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
그래서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적어도 몇 년 간은 이들을 경쟁상대로 맞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