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고객 350만 이상 확보를 할 것으로 추정
대출상품이 금융당국과 엇박자라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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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는 카카오뱅크처럼 낮은 금리를 앞세워 고객 몰이에 나설 수 있을까. 카카오뱅크가 주력 상품인 신용대출 금리를 크게 올리며 토스뱅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시장에서는 토스뱅크를 향한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토스뱅크 역시 중금리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에서 자유롭지 않은 까닭이다. 정부가 다각도로 대출 규제에 나선 상태에서 몸집 불리기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9월 말 영업을 시작하는 토스뱅크는 취급할 대출상품을 내걸고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토스가 공개한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2.5%이며 대출 한도는 최대 2억7000만원이다.
대출금리가 낮다는 건 그만큼 예대마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전까지 예상보다 적자 행진이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미 경쟁자가 있는 시장에 진입하는 셈이라 마케팅 등 지출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카카오를 등에 업은 카카오뱅크도 출범 2년 후에야 연간 기준 첫 흑자를 달성한 바 있다.
토스뱅크가 2%대 중반 신용대출이라는 강수((強手)를 두는 까닭은 시장 진입을 위한 ‘오픈 이벤트’ 성격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려는 회사는 자금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특히나 진입 장벽이 높아 토스의 업계 최저 금융상품 출시는 예상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출범 당시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은 최저금리가 연 2.86% 수준으로 3%가 넘는 시중은행 금리보다 저렴했다.
시장은 토스뱅크가 신규고객 350만 이상 확보를 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해 2월 출범한 토스증권이 반년여 만에 350만 계좌를 확보하면서다. ‘주식 1주 선물받기’와 같은 현금성 판촉 행사가 신규 고객 확보에 주효했지만, 업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증권업계 3위 한국투자증권이 15년 만인 지난 3월 400만 계좌를 돌파한 것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토스의 기반이 됐던 서비스가 뱅킹 서비스인 만큼, 최소 토스증권 계좌수만큼 달성한다고 관측한다.
여기에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점도 토스뱅크의 차별화 전략이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외국인의 경우 비대면 계좌 개설이 불가능해서 어쩔 수 없다는 태도였다. 토스뱅크는 ‘외국인등록증’으로 난관을 풀었다. 외국인등록증은 발급 기관인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에 외국인등록증이 국내 금융권에서 토스뱅크를 통해 처음으로 비대면 계좌 개설에 사용될 전망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 200만명 이상이 토스뱅크의 잠재고객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그동안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은행권의 고객 이탈률이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결국 토스에서 제시하는 건 최저금리인데, 금리는 소비자별 신용등급에 따라 다 다르게 적용된다”라면서 “이탈이 소폭 있을 수 있으나 위협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토스뱅크의 ‘오픈 이벤트’가 이어질지도 미수다. 토스뱅크의 대출상품 방향은 당국의 정책과 역행한다. 회사 차원에서는 부담이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13일 시중 은행 여신 담당 임원과 회의를 하고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2배에서 연소득 이내 수준으로 축소 운영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연 2.5%, 최대 2억7000만원 대출 한도는 중·저신용자에게 머나먼 이야기다.
고신용자 저금리 신용대출은 카카오뱅크의 성장 공식이기도 했다. 이를 기존 금융권에선 '체리 피킹'이라 비난했고, 올해부턴 인터넷전문은행에 중금리 비중을 높이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고신용자 저금리 신용대출을 늘리면 늘릴수록 중금리 비중은 맞추기 어려워진다.
플랫폼의 파워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로 등호가 성립하지만, 토스뱅크는 토스만으로는 애매하다는 평가다.
한 은행 담당 연구원은 “토스뱅크의 성장동력에는 공감하나 카카오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해 대항마로 적합한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당국의 대출 규제까지 가세하면서 내외부적으로 제약이 많아 출범 당시의 카카오뱅크보다 시장 진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