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등 메타버스株 주가 훨훨 나는데
중국 규제 역풍 맞은 텐센트 탓에 수익률 저하
“신생산업 변동성 커,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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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대표주의 주가와 메타버스 상장지수증권(ETF) 가격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연일 고공행진 중인 메타버스 기업의 주가와 달리, 메타버스 ETF는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미스매치'는 중국의 플랫폼 규제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 뉴욕에 상장돼있는 메타버스 ETF는 텐센트 등 중국 IT주를 비중있게 싣고 있는데, 이런 중국 주식들이 주가가 폭락하며 ETF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30일 미국 자산운용사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는 세계 최초로 메타버스 투자를 테마로 한 ETF를 상장시켰다. 라운드힐 볼 메타버스 ETF(라운드힐 ETF)라고 명명된 이 ETF는 엔비디아(8.31%), 마이크로소프트(5.05%), 로블록스(4.78%), 텐센트(4.45%) 등을 담았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0.95%)가 포함돼 있다.
상장된 지 두 달 만에 라운드힐 ETF의 순자산은 5400만 달러(약 634억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국내 투자자가 순매수한 규모는 305억원으로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ETF지만 국내 서학개미(해외주식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이 더 뜨거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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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기와는 달리 라운드힐 ETF의 수익률은 지지부진하다. 18일(현지시간) 기준 라운드힐 ETF의 수익률은 -5.56%로, 상장 이래 최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엔비디아 등 메타버스 관련주 주가가 훨훨 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19일(현지시간) 기준 엔비디아의 주가는 197.98 달러다. 지난 한달 동안 6.37%가 올랐다. 또다른 포트폴리오 상위종목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도 지난 한달 간 6.25%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 상위 종목인 텐센트의 주가 폭락이 라운드힐 ETF의 수익률 저하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일 중국 관영매체의 “온라인 게임은 정신적 아편” 비판이 중국 당국의 게임 산업 규제의 신호탄으로 해석되자 텐센트의 주가가 폭락했다. 이날 텐센트의 주가는 446 홍콩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최고치였던 1월 25일 766.50 홍콩달러 대비 41% 하락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메타버스가 신생산업이다보니 대체할 투자종목을 찾기도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다. 텐센트는 모바일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의 대주주다. 포트나이트는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 같은 유명 가수가 콘서트를 개최하며 주목받은 가상공간이다. 이외에도 텐센트는 미국 소셜미디어 회사 스냅과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지분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반 IT 펀드와 투자종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AR, AI 등 IT 기술을 요하는 사업이다보니 메타버스 펀드가 IT 펀드와 투자종목이 크게 차이가 없다”며 “메타버스 산업이 더 발전하고 다양한 산업군에서 메타버스 사업이 실현되어야 차별성 있는 상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메타버스 사업으로 이익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후에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다가가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산업이 초기단계인만큼 단기적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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