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가치산정·잇따른 수주 등 긍정적 지표
다만 투심 장담 못해...대어·전통산업 매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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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중공업이 다음 주 수요예측을 앞두고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투자설명회를 시작한다. 보수적 가치산정 및 친환경 사업 전망 등을 주요 흥행 포인트로 삼을 계획이다.
다만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다소 침체된 데다 연이은 대어급 공모주의 주가 부진은 다소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26일부터 일주일 간 기업설명회(IR)를 연다. 9월 2일과 3일 양일간 진행되는 수요예측을 앞두고 본격 홍보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별다른 제재가 없다면 다음 달 2일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이 제시했던 기업가치보다 다소 낮게 가격이 산정됐다는 점을 가장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할인율 적용 기준 공모 희망가액 범위를 따져보면 약 4조6000억원에서 5조3000억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당초 신주발행 20%에 총 공모자금을 1조원을 목표로 뒀는데, 전체 기업가치가 낮아지면서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 지분율도 소폭 희석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조선업계에서 논란이 많았던 후판가격 역시 고점에 이르렀다가 서서히 내려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후판가격은 철광석 가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데 철광석 가격은 올해 상반기까지 톤당 200달러 이상으로 오르다가 최근 150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후판가격 역시 내려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후판가격 급등으로 조선사들이 일제히 충당금을 쌓아뒀지만 하반기 후판가나 환율이 조금만 조정되어도 충당금 환입 규모가 천억원대 수준이 될 수 있다”라며 “수주 현황 등을 따져봐도 향후 실적 전망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의 공모 흥행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대중공업이 ‘친환경’이라는 테마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조선업이라는 전통 산업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 공모주 시장에서는 전기차와 관련 있는 SK IET나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한 카카오뱅크 등 미래 가치가 반영된 종목들이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차량 렌탈업 위주의 롯데렌탈은 여전히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라는 그룹의 이미지와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 설득이 부족했던 탓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플랫폼 기업을 내세웠지만 여전히 시장의 쓴맛을 본 크래프톤 사례를 놓고 볼 때 공모주 분위기가 다소 사그라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즉, 플랫폼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상(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 형성한 뒤 상한가)’이 되는 시기는 지났고 가격이나 공모 시기 등을 잘 살피는 ‘옥석가리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는 적자 기업이 차라리 흥행이 잘 될 정도로 미래 성장가치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라며 “중공업이나 조선업 등 전통 산업보다는 플랫폼 기업의 흥행 가능성이 높은 데다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은 수익마저 안 나는 상황이라 기관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