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업계서 눈독…결국은 투자 가치 및 회수 가능성
진입 가치 높으면 지분은 적고 회수는 어렵다 평가
성장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SK가 회수 보장할 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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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사 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일찌감치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결국 어느 기업가치에 들어가서 어떻게 빠져 나올 것이냐가 투자의 핵심이다. 배터리가 유망 사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너무 비싸게 사면 향후 회수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SK그룹이 투자자들에 전보다 박한 회수 보장 장치를 제시한다는 점도 잠재적인 부담요소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0월 1일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 해 SK배터리(가칭)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SK배터리는 작년까지 30GWh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이를 오는 2025년까지는 200GWh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생산 역량을 얼마나 갖추느냐가 중요한 사업이다보니, 대규모 설비 투자금이 필요하다. 배터리가 분리된 후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배터리의 상장전투자유치(Pre-IPO)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일단은 주주총회에서 SK배터리 물적분할 안건이 무난히 통과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그 전에는 잡음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SK배터리 투자유치의 경우 공식적인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고, 이 일을 맡아줄 투자은행(IB)도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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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장에선 SK배터리의 투자유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고 있지만 벌써부터 3조원대 투자 유치를 희망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SK베터리가 3조원을 세 곳에 1조원씩, 혹은 그 이상의 투자자로부터 조달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외부 투자 유치에 인색했던 LG에너지솔루션과 다르다는 것이다.
SK그룹은 최근 신성장 산업 자금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SK루브리컨츠, SK종합화학 등의 지분을 팔아 대규모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PEF 업계에선 SK배터리 투자가 연말께 나올 최대 거래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아직 시장이 성숙하기 전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SK배터리에 투자하기 위해선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다. 잠재적 투자자는 결국 대형 PEF니 최초 투자 가치, 나아가 회수 가능성을 최우선적으로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아직 투자 유치 움직임이 구체화하지 않았고,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요소도 많다 보니 잠재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의 지분을 확보할 지 점치기 어렵다. 실제로 유력 배터리 기업의 주가는 최근 몇 년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각종 사고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잠재 투자자로선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대한 전망을 살펴야 한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당분간 급격한 성장을 이룰 것이란 평가가 많다. CATL 등 중국의 유력 경쟁사들이 있지만 이들은 폭발하는 중국 시장에 제품을 대는 것만도 버겁다. 전기차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핵심 소재인데 니켈 비중을 높이고 값이 비싼 코발트를 줄여야 생산성과 경제성이 올라간다. SK배터리 등 국내 업체가 중국 업체보다 기술력에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할 만하다는 평가다.
국내 시장으로 좁혀도 SK배터리의 투자 가치는 낮지 않다. 국내 경쟁사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인데 삼성SDI는 지금까지 배터리 사업에 아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삼성그룹의 240조원 투자 계획에서도 일반 리튬 배터리보다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고려할 만한 곳은 SK와 LG다. LG에너지솔루션은 투자자들의 구애를 받았지만 결국 현실화하지 않았다. 사실상 국내서 자금을 투자를 유치할 만한 배터리 회사는 SK배터리 뿐이다. SK배터리는 최근 LG그룹과의 배터리 분쟁에서의 출혈을 최소화하며 불확실성을 줄이기도 했다.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SK배터리의 기업가치다. 기업 분할 후 SK배터리의 자본총계는 2조원 남짓인데,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수십조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되고 있다. 유망 사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편차는 크다. 예를 들어 30조 가치 기업에 3조원을 투자하면 10%의 지분을 갖지만, 60조원 짜리 기업이라면 지분 5%만 가지게 된다. 투자 유치 당시의 변수에 따라 쥘 수 있는 주식 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전기차로의 흐름은 비가역적인데 SK배터리는 LG그룹과의 분쟁 타격을 최소화했고, 삼성SDI도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누가 배터리 시장의 최종 승자인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데 LG는 투자를 받지 않겠다는 분위기니 SK배터리에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PEF는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니 마지막에 얼마로 회수하느냐가 중요하다. 처음에 너무 높은 가격에 투자를 하면 향후 상장(IPO) 및 회수 전망이 불투명하다. IPO 때 몸값이 어떨지는 예측하기 어려우니, 투자자 입장에선 회수 장치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SK그룹의 움직임을 보면 얼마나 확실한 안전장치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에 자금은 넘치고 SK그룹과 손을 잡으려는 곳은 많다 보니, 투자유치 규모는 늘리고 회수 보장 조건은 줄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SK 측에서 회수 보장에 시큰둥하다면 위험은 투자자들이 져야 한다.
한 M&A 자문사 관계자는 “대형 PEF들이 SK배터리 투자 기회를 노린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SK그룹이 얼마나 하방 위험을 막아주느냐, 향후 상장이 가능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잇따라 리콜 문제에 휩싸이며 상장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SK배터리는 확실히 선을 그으려 하지만 같은 업종이고 국내 기업이다 보니 기업가치 산정 시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 역량이 큰데, 향후 증설 계획은 SK배터리 측이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