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두산공작 등서도 공격적 투자…대규모 자금 묶이기도
한샘 금융 재매각 여부 주목…"결국 회사는 돈 벌었다"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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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은 매년 난이도가 높은 거래에 참여하며 시장의 시선을 모았다. 코웨이 인수, 두산공작기계 차입금 리파이낸싱 등 다른 금융사들이 선뜻 손대지 못한 거래를 주도했다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회사는 돈을 벌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샘 M&A에서도 대규모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큰데 이번에도 이익을 거두게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3일 M&A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이르면 이달 중 한샘 대주주 측과 M&A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대상은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과 딸들, 재단 등이 가진 한샘 지분 27%대,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IMM PE는 한샘 M&A를 진행하며 금융주선 제안을 받았는데, 금융사들의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다. 이번 M&A서 주당 가격은 23만5000원가량인데, 최근 시가는 절반 수준을 오간다. 담보인정비율(LTV) 등을 고려하면 IMM PE가 바라는 금액을 맞춰주기 쉽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적극적으로 금융주선을 검토했다. 전체 1조5000억원 중 IMM PE가 부담할 지분투자금 4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조1000억원에 대해 총액인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사주(26.7%)가 없다 쳐도 인수대상 한샘 지분 시가는 1조원 수준이니, 거의 100% LTV를 인정하는 셈이다. IMM PE 역시 다른 금융사들의 제안을 받아두긴 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적극적이라고 보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선 총액인수를 하면 그만큼 미매각 위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선보다 수수료를 얹어서 받기도 한다. IMM PE는 한샘 M&A에 롯데그룹 등 전략적투자자(SI)를 투자자로 참여시키는 안을 협의 중이다. 이번 M&A는 후순위 지분투자나 선순위 대출보다 중순위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란 지적이 있었다. SI가 중순위 투자자로 나서는 구조가 된다면 한국투자증권으로선 수수료를 챙기면서도 미매각 부담을 빠르게 줄일 수 있다.
다만 IMM PE가 한샘 경영권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은 데다, 한국투자증권의 조건도 공격적인 터라 재매각(셀다운)이 잘 될지는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가가 즐비한 M&A 금융주선 시장에서도 전문가로 꼽힌다. 금융 구조를 잘 짜기도 하거니와, 성향도 저돌적이라 웬만한 거래는 성사시킨다는 것이다. 경쟁사들도 한국투자증권의 투자 구조와 조건을 알려줘도 따르기 어렵다 손사래 친다. 다른 증권사로 옮긴 인사의 이적 후 첫 일성이 “미매각을 두려워하지 말라”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전에도 공격적인 금융주선으로 시장의 이목을 끈 사례가 많다.
코웨이 M&A가 대표적이다. 웅진그룹은 2019년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831억원에 인수했는데, 한국투자증권은 1조6000억원(인수금융 1조1000억원, 전환사채 5000억원)에 대해 총액인수를 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아니라면 시작도 하기 어려운 거래였다.
코웨이 M&A 후 인수금융은 재매각에 성공했지만 전환사채(CB) 문제는 이어졌다. CB는 총액인수 후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넘기는 전략을 짰는데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최종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이 물량을 떠안게 됐다. 계속 자금을 굴려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5000억원이나 되는 돈이 묶여 있으면 부담이 크다. 당시 한국투자증권 코웨이 투자 담당 부서는 낮은 성과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웨이 투자 최종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웅진그룹은 무리하게 끌어쓴 자금을 상환하기 어려워지자, 몇 개월 만에 다시 코웨이를 시장에 내놓았다. 한국투자증권은 CB 인수 부담을 털어냈고, 몇 개월간의 이자도 챙겼다. 당시 M&A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방준혁 넷마블 의장을 직접 찾아 성사됐다. 매각 주관 역할을 맡았던 한국투자증권의 역할은 거의 없었던 셈인데, 그래도 매각 주선 수수료까지 일부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엔 우리은행과 함께 MBK파트너스의 두산공작기계 인수금융 자본재구조화(리캡)를 주선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당시 두산공작기계는 본질 가치가 크게 악화하지 않았지만 매출이나 이익은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2년 전에도 리캡을 했었기 때문에 금융사 사이에선 MBK파트너스가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냔 목소리가 있었다. 워낙 금융사의 호응이 없었던 터라 한국투자증권은 수천억원의 미매각 물량을 떠안아야 했다. 일부 거래 담당자가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두산공작기계 인수금융 리캡은 올해 들어서야 겨우 재매각이 마무리 됐다. 회사는 최근 디티알오토모티브에 팔렸는데,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에도 인수금융을 주선하기로 했다. 이전에 고생했음에도 다시 주선을 했다면 그만큼 자신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디티알오토모티브 고위 인사간의 친분 관계가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매년 공격적인 거래에 참여했다 돈이 묶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 여파로 임직원들이 낮은 성과 평가를 받거나 회사를 떠나기도 했지만 결국 회사는 돈을 벌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