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장서 밸류 결정"…금감원·거래소간 갈등說도
업계 오해 가중…"소통 창구가 없기 때문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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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 등 주요 빅딜(big deal)에 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일종의 '월권' 논란이 인 지 두 달이 흘렀다. 이후 금감원은 사실상 카카오페이를 마지막으로 빅딜에 대한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안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발행사들은 기관투자자(이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며 밴드 상단가로 공모가를 확정짓고 있다. 다만 논란 이후에도 금감원이 공모주 시장 과열에 부담을 상당히 느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월 이후 두 달간 기업공개(IPO)에 나선 기업들은 모두 기존에 제시한 희망공모가 밴드의 최상단가를 공모가로 확정지었다. 심지어 크래프톤은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지만 해외 기관의 수요예측 참여 덕에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역시 적정 밸류라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된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된 카카오뱅크, 롯데렌탈 등은 '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과도한 기업가치가 산정됐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됐고,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받았던 크래프톤과 SD바이오센서 등도 밴드 상단가로 공모가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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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카카오페이에 대한 정정 요구를 마지막으로 금감원의 최근 움직임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공모주 시장의 과열에 상당히 촉각을 기울이곤 있다고 전해진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거래소에 불만을 쏟아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금감원이 거래소에 '거래소에서 먼저 기업가치 산정 관련 가이드(Guide)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고 이에 거래소도 '증권신고서 수리 및 감독 권한은 금감원에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이다.
다만 금감원은 공식적으로 공모가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인데다, 거래소 역시 심사 과정에서의 공모가는 참고 용도인만큼 책임소재 공방으로 번질만한 사안은 아닐 거란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도 공모가가 비싸다고 느끼면 어떻게 공모가를 산정했는지 물어보고 이상하다 싶으면 의견을 주는 수준이고 증권신고서가 나왔을 때는 의견을 크게 못준다"라며 "거래소도 손을 놓고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특례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바이오기업이더라도 실적이 나오지 못하면 상장을 못하게 막는 등 허들을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 역할론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금감원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 유관부서 실무진들도 윗선의 지시에 따라 정정신고서 요구를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발행사, 주관사, 그리고 금감원 사이에 자그마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입장에서도 위에서 시키는 대로 정정신고서 요구를 했을 것이어서 실무진단에서도 고충을 분명 겪었을 것"이라며 "김영란법 시행 전에는 그래도 이해관계자들끼리 만나서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는 선에서 서로의 편의를 봐주거나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게 안 되고 문서로만 소통하니 오해가 생기는 듯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