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고객 활성화 및 소비성향 파악 가능
-
정부가 11조원 규모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다시 대규모 결제 시장이 열렸다. 비용 집행의 최전선을 맡은 카드사들은 또 다시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당장 수익엔 도움이 크게 되지 않지만, 휴면고객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까닭이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원금 지급에 맞춰 주요 카드사들은 지원금 사용 가맹점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했다. IT 및 고객대응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위치기반서비스를 이용해 사용자의 주변에서 지원금을 쓸 수 있는 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거나, 이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지원금은 11조원 규모로 작년 14.3조원보다 다소 적다. 지난번처럼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신청한 다음 날부터 포인트 형식으로 충전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 카드사가 최종 소비자 통로가 된다.
일단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낫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느라 별도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했다. 안내에 일부 혼란이 있기도 했고, 재난지원금 관련 마케팅을 금융당국이 뒤늦게 틀어막으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때도 카드사들은 80억원 가량 손해를 봤다. 업계에서는 재난지원금 대다수는 영세 ·중소 가맹점에서 쓰이기 때문에 이득을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세 및 중소 가맹점들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로 0.8~1.6%의 우대 카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다만 카드사들은 카드 활성화를 통한 모객과 소비 이용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는 계산이다. 카드사 한 곳을 정해 충전한 후 지원금을 사용하는 구조라 휴면고객 활성화가 가능하고, 카드 발급이 이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에서 수월하게 잠재고객 유치가 가능한 까닭이다.
특정 기한동안 전국민의 88%가 특정 금액을 사용해야 하는만큼 카드 결제 데이터를 통한 소비성향 파악도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거란 평가다. 지난해엔 인프라 구축 비용이 들어갔던만큼, 올해엔 재난지원금을 통해 소폭이지만 이익을 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사 여윤기 수석연구원은 “지급금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들고 카드사의 결제부문 수익성 기여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라면서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이 카드사 매출 상승에 긍정적 요인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들이 재난지원금을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면서 지난해보다 고객 유치 경쟁은 다소 치열해진 모양새다. 카카오와 토스 등 결제 관련 업체들이 일제히 국민비서 연결 서비스나 재난지원금 계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까닭이다.
카드사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재난지원금 관련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으로 개별 카드사들이 마케팅을 펼치는 건 부적절하다는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른 것이다. 이 틈바구니를 핀테크 업체들이 파고든 셈이다. 고객들이 자사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유입이 되어야 좀 더 확실하게 모객 효과를 볼 수 있는 카드사들에 다소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의 88%한테 지급되고 연말까지 사용해야 한다”라면서 “지원금이 카드사를 통해서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