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속도에 방점 찍을 듯, 별도 상장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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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쓱닷컴이 상장 일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추석 전 프레젠테이션(PT)를 마치고 조만간 주관사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갑작스런 상장 작업 착수에 다소 빠르게 일정을 진행하는 만큼 쓱닷컴의 단독 상장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쓱닷컴은 지난주 증권사들로부터 상장 관련 입찰제안서를 받았다. 국내 증권사 5곳과 외국계 증권사 3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추석 전 상장 PT를 마치고 조만간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의 합병 후 상장보다 쓱닷컴 단독으로 상장을 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쓱닷컴은 이베이코리아와 회사를 합친 뒤 상장할지, 쓱닷컴은 별도로 상장할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공모주 시장 상황 및 유통 플랫폼 업황 등을 따져볼 때, 쓱닷컴을 단독으로 상장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를 합친 뒤 상장하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재 업황을 고려하면 빠르게 상장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은 사실상 ‘끝물’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8월 상장한 15곳 기업 가운데 PI첨단소재(코스피 이전 상장), 스팩, 리츠를 제외한 12곳 회사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47.5%로 7월(92.5%) 대비 크게 낮아졌다. 조 단위 규모 기업 중 롯데렌탈이나 크래프톤은 현재 주가가 각각 4만4000원대, 45만원대로 공모가 대비 각각 25%, 9.6% 하락한 상태다.
업종을 좁혀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 차원에서 살펴봐도 쿠팡 상장효과가 희미해지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쿠팡은 미국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100조원까지 오르며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업계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최근 쿠팡 주가는 30달러를 겨우 웃도는 수준으로 공모가(35달러)를 밑돌고 있다. 국내 투자업계에서도 플랫폼 회사의 기업가치에 의구심 어린 시선이 나오고 있어 쿠팡의 주가 부진이 국내 투자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
쓱닷컴 역시 갑작스런 결정에도 불구, 빠른 상장 진행을 꾀하는 모양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하더라도 실제 상장 착수에 시간이 걸리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쓱닷컴이 투자업계 예상과 달리 RFP 발송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 상장 자체를 서두른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업구조 측면에서도 굳이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가 합병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두 회사는 근본적으로 상이한 배송 물류체계를 지니고 있다. 쓱닷컴은 신선식품을 자체 배송하는 1PL(First Party) 방식으로 시작했다면, 이베이코리아는 판매자의 물류 운영을 맡아주는 3PL(제3자 물류) 방식 위주다. 두 회사를 합병하게 되더라도 물류시스템 통합까지 다소 시일이 필요할 가능성이 큰 데다, 당장 시너지 효과가 날지 의문인 셈이다.
다만 쓱닷컴이 이베이코리아와 합병할 시 절대적인 몸값 규모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쓱닷컴으로서는 상장 방식을 두고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신세계그룹이 약 3조4400억원에 인수했고, 쓱닷컴은 몸값이 최대 약 10조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쓱닷컴은 신선식품 위주로 자체 배송을 하고 있고, 이베이코리아는 3PL 물류 방식이라 두 회사를 합병했을 때 각자의 기업가치(Valaution)를 더한 것보다 더 큰 수치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라며 “섣불리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에 더욱 집중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