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사업 일부 철수, 사회적가치 창출에 3천억 조성
글로벌 비즈니스 선회 방침도…국내 규제망 피해 해외 주력
"사실상 네이버 모델로 성장전략 선회하겠다는 의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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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문어발식 확장'에 '김범수 오너십'까지 잇따른 논란을 겪으면서 일부 사업철수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 국내 규제망을 피해 글로벌 비즈니스 위주로 강화할 방침도 밝혔는데 사실상 네이버 모델로 성장전략을 선회하겠다는 의도로 평가받고 있다.
카카오는 그간 막대한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무관 업종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당국과 정치권까지 나서 카카오를 집중 타깃해 본격적으로 규제칼을 들이미는 상황이었다.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그룹 상장사 주가가 일제히 내리면서 13일 하루만에 시가총액 약 5조원이 하루새 또 증발했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지난 8월 이후 줄곧 시총 100조원을 유지했지만 이달에만 총 25조원이 감소한 상태다.
이에 14일 주요 계열사 대표들과 논의한 개선방안을 발표, 본격적인 여론 진화에 나섰다.
우선 골목상권 논란 사업에서 철수하고 관련 계열사도 정리하기로 했다. 이에 최근 논란이 된 꽃, 간식, 샐러드 배달사업뿐 아니라 택시 유료 호출 서비스까지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대신 IT 혁신 등 본업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플랫폼 종사자와 소상공인 등 파트너들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상생기금 30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산분리 위반 혐의로 조사중인 김 의장의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를 미래 교육, 인재 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가 발표한 입장문에는 지금껏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범수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방식을 과감하게 버릴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대신 북미·동남아·일본 등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집중 타깃이 된 만큼 국내 규제망을 피해 해외 시장을 주로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카카오가 사실상 네이버 모델로 성장전략을 선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간 확장전략이 사뭇 다른 면이 있었다. 네이버는 국내시장에선 자사주를 섞는 식으로 협업하고 적극적인 M&A는 주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했다. 네이버가 국내 규제 이슈를 의식했던 측면이 있었던 반면 카카오는 국내외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계열사를 넓혀나갔다"면서 "결국 다소 보수적인 네이버식 모델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 판단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선제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위주로 체질을 개선한 네이버가 오히려 현명했다는 관전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유안타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네이버의 경우 2011년부터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가능성을 지적받으며 자정 노력을 해왔다는 점에서 카카오와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네이버에 규제가 집중되면서 카카오가 금융이나 택시 등 다양한 사업에 활발히 진출할 수 있었고, 이 같은 부분이 더욱 크게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공정거래 업무 담당 변호사는 "그간 네이버는 사업 확장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고 중소상공인과의 협력을 사업방향의 큰 전제조건으로 유독 강조해 왔다. 이에 자문사 단에서도 '언젠간 카카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시선이 많기도 했다. 신사업 확장을 글로벌 위주로 내건 네이버가 결과적으로 현명했다고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카카오가 사업 철수 및 성장전략 선회 등 사실상 백기에 가까운 입장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잠시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카카오 규제 이슈는 본질적으로 대선정국과 국정감사 시즌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이 불리한 규제환경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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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