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선정절차 없이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주관사로
나스닥 상장 거론되지만 직상장·스팩 황용 등 쉽지 않아
DR 활용도 미국 규제 부담 있어…핵심은 성장 가치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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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상장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내정됐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자금을 받은 만큼 해외 상장 기대감이 커지는데 실행 과정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내 기업이 해외 상장을 하려면 세금과 상장 유지 비용 등 부담이 크고 실익도 불투명해서다. 회사는 향후 사업 확장을 통해 수십조원의 기업 가치도 입증해야 한다.
14일 투자은행(IB) 및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상장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내정해 기업공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별도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지 않고, 테크 기업의 상장에 전문성이 있는 증권사들을 낙점했다. 회사는 올해 대규모 투자를 받아 몸값 기대치가 높아진만큼 해외 상장을 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야놀자는 국내 상장을 목표로 작년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했다. 회사는 올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2조원대 투자(구주 및 신주)를 유치하며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 벤처기업) 등극을 목전에 두게 됐다. 소프트뱅크는 2배의 수익률을 기대하는데 국내 증시에선 이 정도 몸값을 인정받기 어렵다.
야놀자 간접 투자자는 “야놀자는 최근 회사 규모가 커졌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도 주주로 들어온 이상 국내에 머무를 때가 아니라 판단하고 있다”며 “글로벌 IB를 주관사로 선정한 만큼 미국 상장 추진이 유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야놀자가 미국 증시로 향할 가능성이 커졌는데, 실행 방법론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는 한국의 인력과 자본력으로 꾸려가고 있는 한국 법인이다. 해외에 사업 기반이 있고 인지도도 떨어지는 기업이 미국에 직상장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시장에 바로 올라가려면 국내 법인의 해외 법인 전환 절차(플립, flip)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플립은 국내 법인의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해외에 설립한 법인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실질은 주식을 다른 곳에 옮긴 것이지만 법적으로는 해외 법인에 주식을 넘기는 행위를 양도로 봐서 세금이 발생한다. 회사의 덩치가 커질수록 양도세도 늘기 때문에 플립은 기업 규모가 작은 초창기에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10조원 규모에 육박하는 야놀자가 이제 와서 플립을 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애초에 미국에 법인을 세웠던 쿠팡과는 사례가 다르다.
미국 증시를 노리는 국내 기업 대부분은 야놀자와 같이 플랫폼사였다. 이들 기업의 핵심 자산은 결국 지식재산권(IP)인데 이를 이전하는 과정에서도 부담이 생긴다. 회사는 미국에 있는데 핵심 기술은 한국에 있다면, 이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가치평가 및 재원 조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활용도 마찬가지다. 스팩은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해 상장을 돕는 수단인데, 법적으로 한국 법인과 미국 법인이 합병할 수는 없다. 스팩을 활용하려 해도 플립 과정과 비슷한 주식 교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마찬가지로 실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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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야놀자가 해외에 상장하려 한다면 DR(Depositary Receipts, 주식예탁증서)를 활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내 법인의 주식을 예탹결제원에 맡기고, 해외에선 이 예탁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DR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나스닥 상장 해외 기업은 거의 예외없이 DR 상장 방식을 택했다.
회사 및 투자자가 구주와 신주를 기반으로 한 DR을 미국 시장에서 공모하면, 들어온 자금을 회사와 투자자가 나눠가질 수 있다. 더블유게임즈의 자회사 더블다운인터액티브(DDI)가 DR을 나스닥에 상장했고, 재무적투자자(FI)인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일부 자금을 회수한 사례도 있었다.
DR을 활용하는 것은 다른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간소하면서도, 시장의 유동성 효과는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니 상장 유지 부담, 법적 규제 등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한국 전자증권제도 도입으로 전자증권 원주를 그대로 미국에 상장하는 것은 여러 제약이 따르고 국내 법인이 해외 스팩과 합병하는 것도 안된다”며 “DR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지만 결국 미국법상 규제를 따라야 하니 실행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본질적으로는 야놀자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가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회사는 글로벌 기업 오라클에 이은 세계 2위 호텔 자산관리시스템(PMS) 업체다. 오라클은 관리 시스템은 호텔 서버에 직접 설치하는 반면, 야놀자는 클라우드 솔루션에 힘을 싣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야놀자 경영진은 숙박 외에 모든 ‘예약 서비스’를 아우를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야놀자는 최근엔 국내외 M&A를 적극 수행하며 사세 확장에 분주하다. 회사는 아직 작년 연결기준 영업수익 2888억원, 영업이익 109억원에 그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받아온 만큼 기업의 덩치를 그에 걸맞게 키워야 한다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