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이익 안났네"…투자자 실적 실망감 영향
주요 대주주 보유물량 보호예수 해제, 오버행 우려
외신에선 김범석 창업자에 대한 '꺾인 신뢰'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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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잠재력에 손을 들어줬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차츰 냉정을 찾아가고 있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까지 치솟으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던 쿠팡이지만 최근 들어선 폭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32달러 수준에 거래 중이나 한동안 30달러 밑을 한동안 유지했다.
30달러선이 깨진 직접적인 배경엔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매출이 성장하더라도 수익성 회복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고 보는 시각은 주가에도 조금씩 반영되고 있다.
분기매출 사상 최초로 5조원을 돌파, 매출 성장이 뚜렷하다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순손실 규모도 5배 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출총이익률(GPM)도 2.1%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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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IB) 관계자는 "쿠팡의 기업가치는 주식시장에선 최대 100조원에 달하지만 채권시장 관점에선 사실상 마이너스(-)에 가깝다"며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23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쿠팡의 체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주식시장도 차츰 냉정을 찾아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간 쿠팡은 '계획된 적자'를 앞세웠는데 투자자들은 "언제쯤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인지" 거듭 질문을 던져왔다. 김범석 창업자는 상장 당시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익 실현 가능성에 대해 집요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성장세에 기반해 쿠팡 내재가치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 있다. 월스트리트에선 '쿠팡의 주가는 저평가됐다'고 보는 리포트도 다수 발표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골드만삭스는 리포트를 통해 목표가를 각각 55달러와 61달러를 제시했다. 활성 고객수가 26% 증가했다는 점과 쿠팡프레시와 쿠팡이츠의 높은 성장률이 근거가 됐다.
다른 한쪽에선 "이 역시 성장세에 기반한 막연한 기대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쿠팡이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여전히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내년까지 적자규모가 대폭 더 늘 것이라는 전망은 우려를 키운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은 신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규모를 더욱 키울 계획이다. 이번 2분기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손실 대부분은 로켓프레시와 쿠팡이츠에 대한 직접투자액이었다. 올 하반기는 특히 업계 내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달 주요 대주주가 보유한 84% 수준 물량의 보호예수도 해제된 상황이다. 지분율이 가장 높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비롯해 그린옥스캐피탈·매버릭 캐피탈·티로어·블랙록 등 기관투자가들의 보유 지분이 잠재 물량으로 거론된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에는 못 미치는 가격이지만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여전히 차익 실현이 가능한 만큼 상당한 규모의 물량이 매도될 수 있다.
외신에선 또 다른 주가 리스크 중 하나로 '김범석 창업자에 대한 낮아진 신뢰도'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자수성가한 한국의 신흥부자 김범석이 연이은 논란을 빚으며 기대를 실망으로 바꿨다"는 내용을 다수 보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89억달러의 자산가가 된 뒤 논란이 시작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기사에선 김범석 창업자가 '쿠팡친구'들에게 주식을 제공하는 등 사회환원적 모습을 보이며 기존 재벌기업과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김범석이 특권층의 일부가 돼가고 있다"며 관계자의 멘트를 인용해 지적했다.
이외에도 외신은 물류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에 대한 비판, 그리고 화재 직후 김범석 창업자가 국내 임원직을 모두 내려놓고 미국행을 선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내 투자업계의 시선은 다소 복잡한 면이 있다. 적자기업임에도 뉴욕증시에서 높은 몸값을 인정받은 쿠팡의 성공은 희망의 상징이었다. '제2의 쿠팡'이 되고 싶은 국내 유니콘 기업들에도, '제2의 손정의'가 되고 싶은 투자사들에 좋은 선례였다. 쿠팡의 꺾인 주가가 후발 유니콘들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