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소송이면 윤곽이 나올지 알았던 교보생명 FI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갈등이 언제 봉합될지 여전히 요원하다. 중재 결과를 받아든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여기에 핵심 운용역은 교보생명 고소로 형사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 전 과정의 자문은 김앤장이 맡으면서 수백억원대의 소송비용이 예상된다. 계속되는 소송에 결국 승자는 김앤장이 아니냐는 세간의 평가가 나온다.

지난 6일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판정부는 신창재 회장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FI 컨소시엄에 최종 중재 판결문을 전달했다. FI가 주장한 풋옵션의 유효성은 인정했지만, FI가 원하는 가격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양측 모두 승소를 주장하면서 향후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해당 판결문이 나오면서 관심은 소송 결과에서 이젠 로펌이 받아든 성적표로 옮겨가고 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을 대리한 김앤장과 신 회장 쪽을 대리하는 광장 간의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중재 판정만 놓고 보면 광장이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재 재판을 시작한 쪽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당장 실질적으로 손에 쥐게 된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풋옵션을 인정받은 것은 의미가 있지만, 투자금 회수라는 측면에선 해결된 게 없다”라며 “형식상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이겼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신 회장이 이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해당 중재 건은 형사소송으로도 비화했다. ‘풋옵션’을 두고 갈등을 빚은 교보생명의 고발로 안진회계법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이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교보생명의 재무적 투자자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관계자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를 대상으로 교보생명 주식 가치평가 허위보고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바는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과 안진의 회계사가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 등을 근거로 안진의 회계사가 어피너티의 지시에 따라 교보생명의 1주당 가치 평가를 점점 끌어올려 공인회계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해당 재판도 김앤장이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을 대리하고 있다. 교보생명 풋옵션 관련해 중재소송뿐 아니라 형사재판이 진행되면서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김앤장 측에 부담해야하는 소송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문제는 해당 소송이 언제 끝날지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처럼 소송이 길어지고,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신 회장 측 모두 손해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신 회장도 중재재판 결과에 따라 어피너티 소송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면서 해당 소송비용만도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재 소송비용을 다소 줄였지만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형사재판까지 진행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이 많게는 수백억원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자연스레 신 회장과 어피너티 컨소시엄 갈등의 수혜자는 결국 김앤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재소송에서 이렇다할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은 손해배상 소송 등 다양한 방안으로 투자금 회수를 강구하고 있다. 중재 소송이야 풋옵션 행사와 관련된 사항이라 펀드를 통해서 비용을 지불하면 되지만, 형사재판의 경우 소송 당사자 또는 회사가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해서 부담이 만만치 않다.

또한 중재소송이면 끝날지 알았던 재판이 형사재판으로 더나아가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그에 따라 해당 소송은 로펌 입장에선 ‘세기의 소송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가치평가라는 회계법인의 업무 영역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회계법인들은 해당 재판 결과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공인회계사회에선 관련해서 윤리심의조사위원회를 열고 관련 회계사를 조사한 결과 업무에 있어서 위반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어피너티 컨소시엄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지 고민이 많다”라며 “계속되는 소송에 추가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더라도 원하는 금액을 받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