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있을 M&A 및 투자 선제 대비 차원 평가
게임사 채권발행 이어질까…업계는 동향 주시
"꾸준히 발행 이어갈 것"vs"아직 예단하기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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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게임사들의 회사채 발행시장 데뷔가 두드러졌던 3분기였다. 이번이 첫 공모 발행이었던 펄어비스와 컴투스는 기관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양사 모두 현금성자산이 이미 풍부한 만큼 향후 있을 M&A 및 전략적 투자에 선제 대비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수년 전만 해도 시장 변동성이 커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던 게임산업이 이젠 채권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년 반 만에 공모채 시장을 다시 찾았다. 2016년과 2019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발행이다. 3분기 첫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곳들도 등장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게임사들이 눈에 띈다. '검은사막' 개발사 펄어비스와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다. 이들은 지난 7월말 각각 1470억원, 1910억원 규모로 회사채 발행을 마쳤다.
이번 발행규모는 신용등급 수준 및 산업 특성을 감안해 기대 이상이란 평가를 받는다. 모두 신용등급이 A급 이하의 비우량채이고, 게임사의 회사채 발행이 흔치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 기대치가 높지만은 않았다. 회사채 발행 경험이 있는 게임사는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작년 데뷔를 마친 넷마블뿐이었다. 게임산업은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기업 상환능력에 대한 채권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비교적 높지 못했다.
채권업계에선 게임사들의 신규 발행 릴레이를 의미있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이번에 등급을 평가한 한 담당자는 "변동성이 커 투자를 꺼렸던 이전과 달리 사업 다각화로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춘 게임사들이 늘어나며 상환능력에 대한 업계 평가가 호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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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와 컴투스는 다소 불안정한 시장 수급과 등급 리스크, 초도 발행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수요예측에 3배 이상의 자금이 몰리면서 모두 모집금액을 증액 발행했다. 특히 펄어비스는 등급 스플릿 이슈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투심을 확인했다.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펄어비스가 발행하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안정적)', 'A-(안정적)'로 평가했다. 3년 넘게 이어지는 무차입 기조 등 우수한 재무구조엔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게임산업에 대한 중장기 성장 전망이 엇갈렸다. NICE신용평가는 "단일 지적재산권(IP)에 대한 실적의존도가 매우 높아 중단기적인 실적 변동성이 내재돼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금리 수준을 A-보다 A0에 가깝게 베팅했다. 그간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검은사막의 중국 허가 문제가 해결되면서 기관의 매입 욕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펄어비스는 발행 전인 6월에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로부터 검은사막 모바일에 대한 '외자 판호' 발급을 승인받는 데 성공했다.
양사 모두 부채 규모가 적고 현금성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향후 있을 M&A 및 투자에 대비해 선제 발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컴투스는 올해 초부터 콘텐츠 기업 엠스토리허브, 메타버스 기술기업 위지윅스튜디오, 종합 미디어 콘텐츠 기업 미디어캔 등에 대한 전략적 투자 소식을 알렸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평가사 입장에서 현금이 많은 게임사들의 자금조달 목적이 명확하게 인식됐던 건 아니지만 향후 있을지 모르는 투자계획에 대비한 차원으로 인식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로 새로운 사업활로 모색이 대두된 게임사들에 회사채 시장 데뷔는 불가피했을 것"이란 입장이다.
대규모 차입을 통해 사업 반경을 넓혀가는 대형 게임사들을 지켜보는 중소 게임사들의 고민이 엿보인다는 관측도 있다. 넷마블은 코웨이 인수 및 빅히트엔터(현 하이브) 투자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고 엔씨소프트도 K팝 플랫폼인 유니버스 론칭 등 이종산업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중소 게임사들도 이들처럼 향후 있을지 모르는 기회에 대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채 발행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업계에선 이들의 회사채 발행이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꾸준히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당장 예단하기 이른 시점이란 시각도 있으나 우호적인 전망을 가진 쪽에선 "게임사들의 공모채 시장 데뷔는 향후 꾸준한 발행을 앞둔 일종의 신고식"이란 언급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일회성은 아닐 것"이라며 "게임사들도 지난 10년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형화 됐다. 소수지분이든 M&A이든 대부분 밸류에이션 기준치가 높아지면서 보유현금만으로는 자금 커버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웬만한 업계 중견 게임사들은 이미 상장된 상태로, 최근 크래프톤처럼 상장으로 자금을 크게 수혈할 단계는 대체로 지났기 때문에 자금조달 루트를 채권시장으로도 점차 넓혀가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게임업이라는 새로운 산업군이 채권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는 데엔 다수 관계자들이 동의했다. 다른 관계자는 "채권시장으로의 진입은 어느 정도 산업이 성숙기를 지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초기산업이라면 DCM(채권자본시장)보다는 ECM(주식자본시장) 위주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데, 게임사들의 신규발행은 게임산업이 채권시장 내 한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