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A 증가에 대우건설·휴젤 등 묵혔던 거래들도 성사
MS, 이베이 등 플랫폼 거래 두각…JP모건, 신세계 자문 눈길
회계법인 일감도 증가 추이…인력 많은 삼일·삼정 앞서 나가
김앤장·광장, 자문 건수와 금액 늘리며 치열한 1위 다툼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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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A 자문 시장은 작년엔 팬데믹으로 위축됐지만 올해는 반등해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규 조단위 대형 거래가 꾸준히 나오는 한편, 오랜 기간 매각이나 투자 유치 갈피를 잡지 못했던 거래들도 시장 훈풍을 타고 잇따라 성사되는 분위기다.
오랜 기간 산업은행 아래 있던 대우건설이 KDB인베스트먼트를 거쳐 새 주인을 찾았고 두산공작기계와 휴젤, 로젠, 대한전선 등 사모펀드(PEF)가 오래 묵히고 있던 포트폴리오도 팔렸다. 한화종합화학 지분,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지분도 우여곡절 끝에 매각이 이뤄졌다. 중소형 거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 자문사들의 호황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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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재무자문에선 모건스탠리가 1위를 이어갔다. 3분기 중 요기요 매각 계약을 이끌어냈다. 최초 거론되던 금액보다는 낮지만 준수한 성적(8000억원)을 거뒀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잡코리아 매각, 컬리 투자 유치 등 여러 IT·플랫폼 거래가 모건스탠리의 손을 거쳤다. 이 외에 플러그파워 매각, 테일러메이드 매각, 에이펙스 로지스틱스 매각 등 대형 거래에도 관여했는데 한국 사무소의 역할이 컸다 보기는 어렵다.
JP모건은 신세계그룹을 자문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성사시켰고,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을 인수하는 것도 도왔다. 과거 쓱닷컴의 1조원 투자유치도 주선하는 등 신세계그룹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 회수에 고민하던 현대카드 지분 매각 자문도 성사시켰다. 신세계그룹은 쓱닷컴 상장을 진행 중인데 씨티글로벌마켓은 자료와 프리젠테이션(PT)을, 모건스탠리는 플랫폼 분야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JP모건은 제안 준비가 부족했으나 그룹과 오랜 관계가 있어 상장 주관사 선정을 두고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BofA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대우건설, 두산공작기계, 휴젤 등 난이도가 높은 회수 거래 자문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가진 대경오앤티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DL그룹을 도와 크레이튼(Kraton)을 인수하며 대형 자문 실적을 쌓았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3분기 로젠 매각 숙제를 드디어 해결했고, 현대LNG해운 매각 작업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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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들의 보폭도 넓어졌다. 꼭 대형 거래가 아니라도 PEF의 회수 거래, 중·소형 거래가 봇물을 이루다 보니 자문사들의 일손이 부족했다. 자연히 외국계 투자은행(IB)이나 국내 증권사 외에 회계법인에도 자문 일감이 몰렸다. 회계법인들은 밀려드는 자문 의뢰에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인력 쟁탈전이 본격화 할 가능성이 크다.
회계실사 부문에선 삼일PwC가 다른 회계법인을 멀찍히 따돌렸다. 72건의 실사 업무를 맡았다. 주요 거래로는 2조5000억원 규모 넷마블의 소셜카지노 업체 스핀엑스 인수, 8000억원 규모 요기요 매각 등이다.
삼정KPMG는 47건의 거래에 관여하며 2위에 올랐다. 디티알오토모티브의 두산공작기계 인수, KTB투자증권의 유진저축은행 인수 등에 참여했다. 3위, 4위는 딜로이트안진과 EY한영이 차지했다. 인원이 많은 삼일PwC와 삼정KPMG에 자연스레 자문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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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자문에선 김앤장이 1위에 올랐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센트로이드의 테일러메이드 인수, 두산공작기계 인수, 휴젤 인수 등 조단위 거래를 이끌었다. 최근 교보생명 중재에선 신창재 회장에 완승하지 못했지만, 자문료 면에선 중재 판정부도 인정할만큼 쏠쏠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광장은 대우건설 인수, 하이퍼커넥트 매각, 이타카홀딩스 매각 등 대형 거래에 이름을 올렸다. 교보생명 중재에선 퀸 엠마뉴엘과 힘을 합쳐 재무적투자자(FI)의 풋옵션 행사 가격이 유효하지 않다는 판정을 이끌어냈다.
태평양은 한화솔루션의 RES프랑스 인수와 스타일쉐어·29CM M&A 등을, 세종은 컬리와 카카오재팬의 투자 유치를 각각 자문했다. 율촌은 KOC전기 인수와 이스타항공 매각을 자문했고, 화우는 조단위 한샘 매각 거래를 맡았다. 삼성-한화 빅딜 이후에도 삼성그룹 계열사가 들고 있던 한화종합화학 지분 24%는 결국 한화그룹 쪽으로 넘어갔다. 매각은 화우와 김앤장, 인수는 광장이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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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금융 시장에서 상반기 순위 변동은 크지 않았다. 10여개사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NH투자증권이 1위 자리를 유지했고 한국투자증권, 하나은행, 삼성증권, KB증권 등 상위 업체들의 각축전도 이어졌다.
상반기 대규모 거래중 하나로 꼽힌 테일러메이드 경영권 거래에 참여한 국내 주선사들의 실적도 눈에 띄었다. KB국민은행, 하나금융투자, 신영증권 등이 본 거래에 참여해 총 1조18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자금을 조달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F&F의 단기자금 조달을 주선하며 총 4000억원의 주선 실적을 올렸다.
인수금융 및 기업대출 시장은 현재까지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앞으론 경쟁구도가 다각화 할 전망이다. 캐피탈 회사들의 기업 여신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인 가운데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모펀드(PEF)의 기업에 대한 직접 대출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다수의 대형 PEF들이 다양한 방식의 투자가 가능한 크레딧펀드 형식의 자회사 또는 조직을 신설하면서 향후 기업 대출 시장의 경쟁 강도가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