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한도·규모 질문에“당국 정책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에 그쳐
금융당국 규제로 성장 속도 제한받을 수 있다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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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세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주목을 받아 온 '토스뱅크'가 공식 출범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와는 달리 금융당국의 규제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초반 고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스뱅크도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난감한 질문에 대부분 ‘유동적으로 대응하겠다’라는 원론적 답변으로 피해 갔다. 토스뱅크가 강조하고 있는 '신용평가 모형도'의 차별성 역시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토스뱅크는 일단 파격적인 조건으로 이용자 유치에 나섰다. 수시입출금통장은 예치 규모와 상관없이 이자 2%를 제공하며, 송금과 ATM 이용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신용대출은 한도 최대 2억 7000만원, 대출금리 최저 2.76%이며, 은행 계좌와 연계된 체크카드에서도 월 최대 46,500원 수준의 혜택을 제공한다.
토스뱅크는 대출 승인율을 끌어올리고, 기존 1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웠던 이들 중 약 30%를 ‘건전한 중·저신용자’로 발굴해 토스뱅크의 고객으로 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토스뱅크는 추가 상품 출시 계획도 전했다. 토스뱅크는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소상공인 전용 대출 상품도 개발 중이며, 영업 시작 이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토스뱅크가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운 만큼, '대출 난민'이 몰릴 것이란 예상이 많다. 최근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상품 취급을 중단하고 지점별 한도를 축소하는 등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
토스뱅크에 앞서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금융 규제 완화의 조류를 타고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은행에서 '매파'로 유명했던 '가계부채 파이터'가 금융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에 대한 대출 규제 압박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뱅크의 출범은 2017년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출범 때와 당국 규제의 분위기가 달라 불리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토스뱅크에게 얼마나 '여지'를 줄 것인가가 금융권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시장 초기 진입자인 토스뱅크는 여신은 물론 수신 역시 빠르게 덩치를 키워 일단 손익분기점부터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 안착엔 고신용자 신용대출이 큰 역할을 한만큼, 기존 은행권의 대출 규제가 토스뱅크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토스뱅크는 덩치를 키워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될 우려가 제기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생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자산을 빠르게 늘려야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수 있다”라면서 “보통 여신 규모로 8조원, 9조원 이상은 되어야 BEP가 달성되는데 현재 정부에서 예외 없이 가계부채를 강력하게 시행 중이라 회사 성장에 제한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토스뱅크도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이날 진행된 출범 간담회 질의응답 세션에서 나온 민감한 질문에 대부분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토스뱅크는 연말까지 전체 신용대출에서 차지하는 중금리대출 비중을 34.9%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한 바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안정화 대책에 중·저신용자도 제한받냐라는 질문에 토스뱅크는 “시장에서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에 맞춰 진행하겠다”라며 “정부와 보조를 맟추면서 대출할 예정이다”라는 입장만 밝혔다.
토스뱅크가 공개한 2억 7000만원 신용한도 역시 상품 운용 과정에서의 최대한도이나, 한도가 높아 시장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토스뱅크의 여신한도·규모는 얼마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토스뱅크는 “영업 초기 시점이라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시장 상황과 정부 정책에 유연하게 맞춰 대응하겠다”라고만 밝혔다.
기자간담회에서 토스뱅크는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인 토스 스코어링 시스템(TSS)을 강조했다. 기존 신용평가모델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는 토스뱅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도 비금융 거래정보, 통신사 데이터 등을 결합한 신용평가 모형 구축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그동안 쌓인 대출 신청 고객 데이터, 이통 3사가 보유한 통신료 납부 정보, 카카오 계열사 데이터 등을 결합해 전보다 진화된 신용평가모형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역시 최대 주주인 BC카드 결제 정보, 모회사 KT의 통신 정보 등이 활용될 전망이다.
토스뱅크는 “1금융권 신용평가 모형은 대출 상환능력 이력들을 토대로 설계해 중·저 신용자들도 공정하게 신용평가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환능력과 관련해서 기존 직장인들이 증빙소득기준으로 만들었다면 토스뱅크는 지출 능력과 다양한 청구서에 납입하는 금액, 현금잔고 등 알고리즘을 구축해서 공정한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라고 밝혔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뱅크가 만들었다던 새 신용평가 모형도 결국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대출 만기가 몇 순번 돌아야 그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규제변수가 토스뱅크 시장 안착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