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SG 펀드 순자산 5조원 돌파…사상 최대 규모 기록
“2분기 펀드 수익률 코스피지수 하회”…관심도 비해 수익률 저조
전체 펀드시장 운용규모의 0.5%…”성장 초기 단계로 성장 여력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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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전체 순자산이 5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ESG 펀드 출시가 늘어나며 수익률 또한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있다. 운용전략과 편입 종목을 따지고 옥석을 가려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초 6500억원이던 주식형 ESG펀드 설정액은 2개월 만인 3월 초 1조원을 넘어섰고 9월 30일 기준 1조5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한달동안 주식형 ESG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약 2000억원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전체 유입액의 20%에 달한다.
특히 채권형 ESG펀드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올해 초 4500억원에 불과하던 채권형 ESG펀드는 7월에 약 2조원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9월 30일 기준 설정액 규모를 2조4000억원까지 몸집을 불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내년까지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를 운용자산의 50%로 확대한다고 밝히는 등 기관투자자, 운용사들이 ESG 채권을 담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투자수요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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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ESG 펀드 출시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한해 동안 사상 최대인 11개의 신규 펀드가 출시됐으며, 올해 8월까지 지난해의 2배 이상인 27개의 ESG 펀드가 출시돼 사상 최대 신규 펀드 출시건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ESG 투자 열풍은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글로벌 ESG 펀드 순유입 규모는 반기 기준 사상 최대인 3245억 달러(약 383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였던 2020년 하반기보다 약 40% 증가했고 지난해 연간 순유입액의 93%에 달하는 규모다.
높은 투자 수요와 달리 수익률은 부진한 편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주식형 ESG펀드의 최근 한달 수익률이 2%, 채권형 ESG펀드는 0.13% 가량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주식형 ESG펀드의 수익률은 13.93%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14.73%)보다 0.8%p 낮은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ESG 펀드에 편입된 종목에 스몰캡이나 기술주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아 금리나 인플레이션 리스크, 단일 주식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는 분석이다.
ESG 펀드에는 친환경과 관련된 사업이 집중 포진된 기술주 편입 비중이 높은 편이며, 기술주의 경우, 미래성장성이 현재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금리 변동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주식시장도 미국의 테이퍼링 등 외부적 요인에 따라 반도체 등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조정장이 이뤄지면서 ESG펀드 수익률에도 악영향이 갔다는 평이다.
ESG 펀드의 세부 운용전략에 따라 수익률도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모양새다. 현재 ESG 점수가 낮지만 향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을 담는 ‘트러스톤ESG레벨업증권투자신탁’은 30일 기준 6개월 수익률이 17.51%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현재 ESG 점수가 높은 종목을 담은 ‘KBKBSTARESG사회책임투자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은 같은 기간 마이너스 6.24%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ESG 펀드라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ESG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적 평가를 고려해 투자한다”며 “운용사마다 펀드 운용전략이 달라 ESG 중에서 어떤 가치를 중점적으로 두는지, 어떤 종목을 편입하고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차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펀드의 운용전략을 꼼꼼이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기대보다 저조한 수익률에도 ESG 펀드 시장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한 금융업 관계자는 “최근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났지만 ESG 펀드 자금 규모인 5조원은 전체 펀드시장의 0.5%밖에 되지 않는 초기 단계”며 “글로벌 전문 투자자의 ESG 투자 운용 규모가 전체 운용자산의 36%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ESG 펀드 시장의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