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의 미국 현지 진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가운데 유력 파트너사로 거론된 스텔란티스 공급 물량 상당 부분을 LG에너지솔루션(LGES)이 가져가게 될 전망이다. 삼성SDI의 소극적인 사업 전략을 LGES가 기회로 삼았단 평이다. 향후에도 삼성SDI가 리튬이온 배터리 투자를 크게 확대할 가능성이 낮아 점유율 경쟁에서 점차 뒤쳐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ES가 이미 스텔란티스에 수주 의향을 전달하고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중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LGES와 삼성SDI가 각각 물량을 나눠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스텔란티스가 고객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스텔란티스와 미국 현지 합작투자에 나설 것인지 확정된 내용은 없다"라고 답했다. 

배터리 시장 한 관계자는 "이미 제안서는 넘어갔고 비율 별로 여러 시나리오가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삼성SDI 측에서 스텔란티스가 필요로 하는 물량을 전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인 터에 LGES 수주 확대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스텔란티스 물량은 삼성SDI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삼성SDI 측도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JV) 설립에 나서는 안을 여전히 검토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지 투자 계획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고,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도 시기가 임박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구체적인 규모나 전망을 제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주 소식이 공식화하면 LGES는 미국 시장의 완성차 3대장 중 두 곳과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반면 삼성SDI는 독점 가능한 물량을 경쟁사에 빼앗기는 모양새가 된다. 삼성SDI의 투자 전략이 시장 기대치보다 훨씬 더 소극적인 것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스텔란티스가 현재 발주를 앞둔 물량은 약 28조원 규모다. 삼성SDI의 올해 기준 수주잔고의 절반에 가깝다. 경쟁사 절반 정도에 그치는 삼성SDI의 증설 속도를 고려하면 홀로 소화하기 힘들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삼성SDI가 그간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여기에 맞춰 증설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SDI 측이 대규모 투자를 원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미국 포드와 함께 당초 예고한 합작투자 규모를 두 배 가까이 늘린 것과 비교하는 시각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를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내년부터 삼성SDI의 시장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어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SDI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차원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 큰 기대감이 없다곤 하더라도 전고체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승부를 펼칠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 어려운 탓이다. 최근 일본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장기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성공 가능성을 반반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선 삼성SDI가 스텔란티스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투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 사이에선 여전히 수익성을 기준으로 삼성SDI를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점차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늘고 있다. 최근 들어 리튬 가격이 폭등하는 차에 전기차 업체가 공급가를 낮추려는 시도도 늘고 있어 수익성 중시 전략을 지속하기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완성차 업체마다 대규모 발주가 다수 진행될 텐데 터무니 없는 kwh당 공급가를 터무니 없이 낮게 부르는 경우도 있다"라며 "전고체 배터리의 성공을 당연시하더라도 2030년까지는 삼성SDI가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해 있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