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플랫폼 진출 위한 개편 시나리오 검토
외부 투자자 유치해 JV설립하는 안도 유력논의
경영권 분쟁 와중 '우군확보', 숨은 배경 언급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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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교보생명그룹이 문화·금융 통합 플랫폼으로 변신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자체 플랫폼 사업 진출을 위한 계열사별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열어두고 논의 중이란 설명이다.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을 감안한 우군 확보 목적도 숨은 배경으로 언급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그룹은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해 성장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금융시장 고객 수요가 비대면·온라인 플랫폼으로 이전되는 상황에서 자체 플랫폼 사업을 출범시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그룹의 기반은 금융업에 있지만 계열사 교보문고가 가지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전통 금융권보다 확장성이 높다는 평이다. 연초 신창재 회장은 "보험사업을 초월해 금융 투자와 예술 문화 사업이란 새로운 영역의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문화와 금융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혁신기업을 만들겠다"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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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어떤 계열사를 중심으로 개편을 추진할지는 고민이 깊다. 현재로선 금융업 기반 모회사 교보생명보험과 그룹의 상징이자 이미지인 교보문고, 두 계열사가 주력 후보로 거론된다.
앞서 시장에선 교보생명이 자회사인 교보문고에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그 의중에 한차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9월 교보문고가 발행한 1500억원 규모 우선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교보문고는 최근 이커머스 시장 성장과 대면 소비활동 위축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 모회사인 교보생명이 긴급 수혈에 나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업계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 본 허가를 획득한 터라 교보문고를 발판으로 향후 신사업 추진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사에서도 빅테크의 성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자회사 시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아직까지 구체화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단계"라고 밝혔다.
실제로 플랫폼 사업에 나선다면 금융업 기반을 갖춘 교보생명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있다. 본업인 금융업을 살려 문화(비금융)까지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업법 영향으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엔 제약이 크고 최근 금소법 문제로 디지털 판매 채널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 플랫폼 서비스의 금융상품 추천·비교 서비스를 '광고'가 아니라 '중개'로 해석했다.
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를 고려해 교보문고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추후 금융업과 연결 지을 수 있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교보문고는 그룹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당하는 곳으로, 문화 플랫폼 전환을 표방할 수 있는 명분을 갖춘 계열사란 평가다. 신 회장의 부친인 故 신용호 창업주가 "적자를 내더라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 강조할 만큼 오너 일가 애정이 특히 각별한 곳으로 통한다.
플랫폼 사업 진출 방식을 고민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교보생명그룹 자체적으로 사업을 영위할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파트너십 관계를 맺을지가 주된 화두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해 JV를 설립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협력 파트너 물색에 있어 신 회장이 특히 적극적인 상황으로, 실제 한 전략적투자자(SI)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일각에선 교보생명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문화 플랫폼 전환이란 사업적 필요성과 무관하게 그룹 경영권과 관련한 숨은 배경이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경영권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교보생명이 새로운 외부 투자자를 찾는 게 우군 확보 목적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창재 회장은 현재 재무적 투자자(FI)들과 교보생명 경영권 분쟁 중에 있다. 신 회장과 어피너티 티컨소시엄은 지난 2012년 약속한 기한까지 교보생명을 기업공개(IPO) 하기로 합의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IPO 불발로 FI들은 주주 간 계약(SHA)에 따라 풋옵션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풋옵션 거래 효력 여부에 따라 FI들은 신 회장의 교보생명 보유 지분을 압류해 처분할 권리를 쥐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교보생명 경영권은 제3자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판정부가 최종 판결을 내렸지만 경영권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재 결과에 따르면 FI가 주장한 풋옵션의 유효성은 인정했지만 이들이 원하는 가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회장은 풋옵션 매수에 대한 부담은 덜었지만 핵심 운용역의 형사소송으로 비화하는 등 쟁송이 계속되고 있어 양측 간 갈등 봉합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신 회장이 적극적으로 외부 투자자 유치에 나설 경우 경영권 분쟁과 무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이다. 어피니티 측에서 JV 설립을 두고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교보생명 FI 측 관계자는 "교보가 그런 준비를 오랫동안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까지 구체화한 게 없는 실정"이라며 "외부 자문·용역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하는 과정일 수 있지만 실제 결과물로 나올 수 있는지는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