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자 불분명
CEO들 책임올까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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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재계의 우려의 목소리에도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통과됐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은 준비에 여념이 없다. 로펌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법에 애매한 부분이 많다 보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막막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1호 사례에 걸리지 않는게 중요하단 인식이 팽배하다.
중대재해법이 통과되면서 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형사처벌이 강화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보다 보호해야 할 대상과 범위가 넓어졌고, 이에 따른 책임자의 역할이 중대해졌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형사처벌 대상자가 행위자(대표이사, 공장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였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선 사업주(개인사업자) 또는 경영책임자 등 법인으로 확대했다.
무엇보다 처벌기준 강화가 기업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기존에는 ▲사망재해에 대해선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법인은 1억원 이하 벌금)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선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했고 ▲법인도 50억원이하 벌금까지 벌금의 상향선이 높아졌다. 건설, 중장비를 다루는 업종의 기업들 입장에선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처벌이 강화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로펌들도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관련해 해당 변호사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해당 법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놓고 있다.
다만 문제는 로펌들의 설명을 들어도 모호한 부분이 많고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시행령에서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 명시 되어 있지만 실제 처벌은 누가 받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에서 말하는 경영책임자가 그룹회장인지, 계열사 대표인지, 안전보건 분야 대표인지가 불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최근에 서귀포시 서초동의 한 호텔 ‘기계식 주차장’에서 차량이 추락하며 30대 남성이 사망하는 등 기계식 주자장 중대 사고가 3년간 30건에 달한다. 국회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국감에서 기계식 주차장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 직접 거론할 정도로 사고가 빈번하고 사망 사고 등 중대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그만큼 중대재해법의 적용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안에 따르면 안전사고가 발생시 책임자가 불분명하다. 해석의 여지에 따라서 건물주, 빌딩관리소장, 주차장관리인, 해당 건설사 대표, 건설사 그룹 회장이 모두가 처벌대상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모호하다. 기계식 주차장 사고로 제작사인 현대엘리베이터, 롯데기공부터 하청업체 CEO들 나아가 해당 건물의 건물주까지 줄줄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CEO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이전처럼 안전보건 담당담당을 두었을 때 책임회피가 가능하냐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법조계에선 안전보건 담당자를 두더라도 건설사 대표, 나아가 그룹 회장이 중대재해법을 피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설명이 지배적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 CEO들은 ‘좌불안석’이다. 무엇보다 시범 케이스에 걸려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다. 법의 취지를 생각해서 해당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 강한 형사처벌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을 피하기 위해 직제개편에도 나서기도 하고, 안전 감독결과를 대표에 보고하지 않는 사례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로펌에 문의해서 자문을 구하고는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라며 “하청업체뿐 아니라 대기업 CEO들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비용을 들여서라도 안전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첨단 시설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흐름이 바뀔거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