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대출 급증에 이자이익 증가로 실적 견인
20% 상한 사라지며 연말 고배당 기대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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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금융그룹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마진 개선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비은행 계열사의 견조한 이익 기여도 그룹 실적에 힘을 보탠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금융지주의 ‘겹호재’에도 업계는 금리 상승기에 대출 자산의 부실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3분기는 KB금융이 신한금융과 1823억원의 당기순이익 차이를 벌리며 금융그룹 1위 자리에 올라섰다. KB금융은 지난 2분기 순이익에서 신한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던 바 있다.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전분기보다 10.9% 증가한 1조1157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7% 증가한 3조5594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21일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2980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77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 증가해 이미 지난해 사상 최대였던 연간 순이익(3조4552억원) 기록을 뛰어넘었다.
두 그룹 간 총영업이익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60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5.3% 감소했다. 반면 KB금융그룹의 영업이익은 3조65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13% 증가했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자본 이익률(ROE)은 11.0%, KB금융의 3분기 누적 ROE는 11.85%를 기록했다.
3,4위간 경쟁도 치열했다. 3분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 격차는 1501억원으로 지난 2분기 격차였던 1649억원과 비교해 148억원 좁혀졌다.
22일 하나금융도 3분기 928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누적 연결 기준으로 2조681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바 있다. 25일 발표된 우리금융그룹의 실적도 지주사 전환 이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 7786억원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2조1983억원을 거뒀다.
지주사들의 실적 배경으로는 대출 급증에 따른 이자 이익 증가가 거론되고 있다.
원화대출금을 보면 여신 규모가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다. 3분기 말 현재 원화대출금은 KB국민은행(311조8000억원), 신한은행(263조7000억원), 하나은행(254조3520억원), 우리은행(258조1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각각 5.5%, 8.8%, 6.3%, 6.9%, 증가했다.
시장 금리 상승, 대출 규제로 인한 우대금리 축소 등의 영향으로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이자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3분기 각 그룹사 이자 이익을 보면, KB금융은 8조2554억원, 신한금융 6조6621억원, 하나금융 4조9941억원. 우리금융 5조8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15.6%, 10.2%, 15.3%, 14.9%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4대 금융지주도 높아진 실적과 더불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배당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월 배당성향을 20%로 낮춰달라는 금융당국의 규제도 해제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이번 분기에도 분기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주당 260원을 지급할 예정이며, 4분기 결산 이사회에서는 최종 배당성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나금융도 분기 배당을 위한 정관 개정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는 상반기 높은 실적을 바탕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KB금융지주 2922억원 (주당 750원), 하나금융지주 2041억원 (주당 700원), 신한금융지주 1602억원 (주당 300원), 우리금융지주 1083억원 (주당 150원)순이었다.
3분기 실적과 더불어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연말을 앞두고 높아지는 배당 기대감은 은행업종의 주가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 KRX 은행 지수는 26일 전 거래일 대비 0.41% 오른 803.65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KRX은행지수는 지난 13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대출의 고삐를 계속 당기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실적의 변수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26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단계별 시행을 크게 앞당기고, 대출 총량을 제한하며 분할상환을 촉진시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가계대출 총량 성장은 둔화되겠지만 시장금리 상승 및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따라 마진 방어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대출에 대해 '관치'의 비중이 늘어나고, 은행의 대출 관리 책임이 더 커진 측면도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