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운용사, 기존 ETF 종목과 절반가량 포트폴리오 중복
개인투자자 많은 ETF시장, 트랜드에 맞게 상품명만 바꾸면 자금 유입
“메타버스 시장 초입단계, 5년은 지나야 기업 옥석가리기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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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사실상 IT ETF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간판만 '메타버스'로 달았을 뿐, 기존의 엔터테인먼트나 IT, 소프트웨어 ETF의 편입종목과 다를바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ETF 시장에서 자금을 새롭게 모으기 위해 상품 이름만 바꿔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3일 국내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NH-Amundi자산운용의 ETF 4종이 유가증권시장에 동시 상장했다. 국내 최초 메타버스 ETF라는 점에서 시장의 큰 관심을 받으며 상장 첫날 몰린 자금은 170억원에 달했다. 상장 이후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며 19일 기준 평균 10%대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뜨거운 투자열기와 달리 메타버스 ETF의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산업이 너도나도 메타버스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기존의 엔터테인먼트나 IT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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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운용사 메타버스 ETF의 경우, 편입된 상위 10개 종목 중 5개 종목이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ETF와 중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운용사 메타버스 ETF 역시 상위 10개 종목 중 4개가 이전에 출시된 테마형 ETF와 동일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메타버스 시장이 뜨겁긴 하지만 이제 막 시작단계인 수준이고, 다양한 산업군에서 메타버스를 접목하고 있어 일부 테마형 ETF와 종목이 겹칠 수 밖에 없다”며 “네이버 제패토를 제외하고는 메타버스 사업을 부수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수익 등 사업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5년은 지켜봐야 진정한 메타버스 기업이 무엇인지 옥석가리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메타버스는 미래 성장성이 기대되는 시장이지만 플랫폼과 콘텐츠,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될 만큼 광범위하기 때문에 메타버스 산업이 각 산업에 대한 수혜 정도나 업체별 실적 규모, 주가 반영 시기 등이 모두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운용업계는 메타버스 ETF처럼 기존 ETF의 포트폴리오와 비슷하지만 이름만 바꾸는 식의 상품 출시가 이어지는 추세다. ESG 테마형 ETF 역시 대기업이 ESG 점수가 높은 경우가 많아 일반 지수추종형 ETF의 포트폴리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은 다른 상품과 달리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들의 수요에 맞게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개인투자자의 ETF 거래비중은 47.7%로 가장 높았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종목이 비슷해도 상품명만 시장의 트랜드에 맞춰 바꾸면 자금유입이 새롭게 많이 되고 있다”며 “이름만 다르고 구성종목이 같다는 비판을 알지만 운용사들도 개인투자자의 니즈에 맞게 상품을 출시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상장한 메타버스 ETF 역시 높은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일까지 메타버스 4종 ETF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640억원을 기록했다. 메타버스 4종 ETF의 총합 시가총액이 약 1000억원인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개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한편, 지난 6월 전세계 최초로 메타버스 ETF인 미국 라운드힐인베스트먼트의 ‘라운드 힐 볼메타버스 ETF는 출시 3개월 만에 운용규모 1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상장 이후 수익률이 10%대까지 하락했다가 최근에서야 상장가를 회복하는 등 변동폭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