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S 수주 200조 넘겼는데…SK 역전 가능성
내달 전열 갖춰 LGES發 수주전 본격화 전망
"주요그룹 배터리 사업 경쟁 판 자체가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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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권영수 ㈜LG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LGES)으로 복귀하며 그룹 간 배터리 사업 경쟁의 판이 커지고 있다. 수주 실적이나 생산능력, 시장 점유율 등에서 LGES은 여전히 1등 지위를 다지고 있지만 SK그룹의 속도전이 예사롭지 않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권 부회장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은 뒤 수주·증설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오는 11월 1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면 권 부회장은 LGES의 대표이사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LGES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권 부회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현재 LG그룹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권 부회장 성과란 평이 지배적이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12년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 본부장 사장직을 역임했다. 당시 아우디, 다임러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주를 확보하며 배터리 사업의 외형 확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도 전지사업 분할 및 상장 작업을 앞두고 권 부회장의 복귀 가능성이 한차례 거론되기도 했다.
LGES 측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대규모 합작법인(JV) 설립과 200조원에 달하는 수주물량 관리, 고객사 대규모 리콜 문제의 마무리 등 현안에서 권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감안한 인사라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배터리 사업이 급속히 성장하는 가운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영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구광모 대표의 의지와 믿음이 담긴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선 경쟁사의 추격이 가팔라지는 가운데 권 부회장 복귀를 통해 경쟁의 판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선 경쟁사 SK온의 수주물량이 LGES를 역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SK온이 지난 7월 시장에 밝힌 수주 금액은 약 130조원 규모다. 반면 LGES는 스텔란티스와 40GWh 규모 북미 JV 진출을 공식화하며 수주 금액이 200조원을 돌파했다고 공식화했다. 밝혀진 숫자만 고려하면 수주물량 기준 양사 격차는 약 70조원. 그러나 그 사이 SK그룹과 포드의 협력 규모 확대가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 포드의 유럽 공장 물량 및 검토 중인 다른 고객사까지 감안하면 SK온의 배터리 수주물량도 2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배터리 업계에선 연간 생산능력 10GWh 기준 수주금액을 약 1조원으로 추산한다. 지난달 SK와 포드의 협력 규모가 기존 60GWh에서 두 배 이상인 129GWh로 늘어난 데다 장기 공급 가능성을 감안하면 양사 수주물량이 거의 대등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SK온에서 수정된 수주물량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을 뿐, 기존 130조원 규모에서 늘어났을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LGES가 최근 200조원으로 물량을 확대했다고는 하지만, SK그룹이 따라붙는 속도가 시장의 예상을 큰폭으로 뛰어넘는 것이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시장에선 오는 11월 권 부회장 복귀와 함께 수주 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배터리 사업을 맡을 당시 2년 만에 고객사를 10여 곳에서 20여 곳으로 늘린 전적이 있다. 이후 외형확대엔 성공했어도 저가수주 문제로 수익성이 박해졌다는 평가가 부상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며 현재 LGES의 시장 지위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LGES를 시작으로 고객사 확보전이 한층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ES는 BMW의 4680 원통형 배터리 수주전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4680 원통형 배터리는 지난해 테슬라가 배터리 데이에서 제시한 차세대 표준으로 국내에선 LGES와 삼성SDI가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BMW는 삼성SDI의 두 번째로 큰 고객사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BMW가 배터리 업체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계약 가격을 압박하고 있는데 주저하면 LGES가 물량을 가져갈 거란 시각이 높다"라며 "이제 완성차 업체와의 짝짓기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기 때문에, 외형 확장을 위해선 기존 협력 관계를 넘어서 다른 고객사를 두고 각축전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 부회장의 그룹 내 무게감을 감안하면 개별 수주의 질보다 외형 확장을 중점으로 방향성을 설정하기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LGES는 수주전과 상장에 대비해 11월 중 권 부회장 중심으로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문제로 예년보다 빨리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에 들어간 만큼 인사·조직개편이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권 부회장과 오래 일해왔고, 설비투자·생산관리 부문 전문성이 높은 인사가 연말을 전후해 LGES로 옮겨올 거란 시각도 있다.
LGES는 최근 실적 발표회를 통해 2025년 기준 430GWh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이라 밝혔다. 올해 말 기준 LGES의 생산능력이 약 150GWh인 것을 감안하면, 4년 안에 280GWh 규모 증설을 마쳐야 한다. 약 30조원을 투입해야 하다 보니 재무관리는 물론 수율과 안전성 문제까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권 부회장 복귀와 IPO를 통해 LG그룹의 배터리 사업 체급이 높아질 예정인 만큼 경쟁 그룹사도 변화의 조짐이 관측된다. 10월 들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가능해진 참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키워낸 인사로 통한다. 삼성그룹 역시 스텔란티스 이후 배터리 사업에 대한 전략이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 복귀 이후 내년부터 LG와 SK, 삼성 등 주요 그룹사 내에서 배터리 사업의 지위가 더욱 확대할 것"이라며 "배터리 사업 경쟁의 판 자체가 커지는 과정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