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보유 확약도 30%로 높은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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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SM엔터테인먼트 관계사 디어유가 상장 전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최근 핫한 엔터와 메타버스 특성을 모두 지닌 데다 구글 수수료 관련 이슈가 맞물린 데 따른 결과란 분석이다. 이에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 등 엔터 분야 상장사들은 물론 알비더블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상장이 거론되는 엔터기업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디어유는 금일 마감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서 2000대 1이 넘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역대 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3위다. 이전 카카오페이 수요예측 경쟁률(1714대 1) 및 현대중공업(1835.37대 1)을 웃돈 수치다. 국내 대형 운용사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기관들이 ‘풀베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공모가 역시 상단을 초과한 2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의무보유확약 비중도 높은 편이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 가운데 약 36%가 락업 조건을 걸었고 이 가운데 약 40% 기관들이 6개월 의무보유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도 많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투자업계에서 관심이 높은 메타버스와 엔터 분야와 모두 연관이 있다는 점이 기관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디어유는 내년 3월 공간 꾸미기용인 ‘마이홈 서비스’를 출시하고 메타버스 플랫폼 ‘버블월드’,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용 등 분야를 넓혀갈 예정이다. 마이홈 서비스는 디어유 앱 사용자의 개인 공간을 디지털 아이템으로 꾸밀 수 있도록 한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상태메시지, 사진, D-Day 등을 올리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버블월드는 해당 서비스를 확장해 만드는 일종의 플랫폼 내 경제 생태계다. 이 과정에서 NFT를 도입해 실제 화폐 교환과 연동시킬 수 있다.
기업설명회(IR)에 참여했던 한 투자자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IR에 참여 안했더라면 큰 일 날 뻔 했다”라며 “메타버스 플랫폼 계획이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았고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와 달리 굿즈(MD) 판매보다는 생태계 구축에 방점을 뒀다는 점이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최근 구글이 구독 기반 애플리케이션의 수수료를 낮추기로 한 점도 디어유 흥행의 배경으로 꼽힌다. 구글은 내년 1월부터 수수료를 15%로 할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디어유 매출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구독료 월 4500원 기준, 구글에서 30% 수수료 제외 후 3150원 지급받았지만 내년부터 이보다 21% 증가된 3825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디어유의 수요예측 흥행으로 앞으로 상장을 앞두거나 지분 매각이 거론되는 국내 엔터 기업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걸그룹 마마무 소속사로 유명한 알비더블유가 상장 일정 상 가장 앞선다. 10월 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곧 효력 발생이 예정됐다. 대기업 계열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내년을 시점으로 상장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알비더블유는 콘텐츠 기반의 지적재산권(IP),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IP 밸류체인에 강점을 두고 있다.
여러 엔터회사들의 지분 매각 역시 진행 중이다. SM엔터는 지분 매각을 두고 CJ ENM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가수 현아로 유명한 큐브엔터테인먼트 역시 일부 지분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K-엔터 산업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서 디어유가 상장 흥행 기록으로 정점을 찍은 것”이라며 “지분 매각이나 상장을 앞둔 다른 국내 엔터기업들도 해당 분위기에 편승하기 위해 상장이나 매각을 서두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