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형제국감' 가능성 거론
법적으로 문제 없지만 제대로 된 감사 가능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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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발표된 금융감독원 부원장 인사를 놓고 금융권에 말들이 많다. 금감원 수석부원장에 오른 이찬우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으나 금감원이 정무위의 피감기관이란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금융위원회는 제3차 임시회의를 열고 이찬우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 김종민, 김동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금감원 부원장에 임명했다. 금감원 부원장 4명 중 3명이 교체되면서 본격적인 정은보 금감원장 체제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을 끈 부분은 이찬우 신임 수석부원장 인사였다.
이찬우 신임 수석부원장은 행정고시 31회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출발해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과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이후 2016년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지냈다. 공직을 떠나서는 한국개발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을 지냈다.
대표적인 거시경제 정책통으로 꼽히며 기획재정부에서 가장 오래 차관보를 지낸 기록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소득주도성장의 경제정책 뼈대를 세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수석부원장의 인사가 눈길을 끈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관계 때문이다. 형은 감사 주체인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이고, 동생은 피감사 기관의 핵심 임원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이 수석부원장의 인사에 대해선 정통 관료로서 쌓아온 그간의 경력들을 높이 사고 있다. 다만 형제가 감사주체와 감사 대상으로 만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규정상 문제가 되진 않더라도 제대로 된 감사가 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정무위 의원과 금감원 고위 임원이 ‘형제 국감’을 하게 되는 일이 내년에 벌어지게 생겼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정은보 금감원장의 행보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 금감원장은 취임초기부터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윤석헌 전 원장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윤 전 원장 시절 금감원과 사사건건 대립하던 금융사들도 정 원장의 소통행보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정 원장 체제의 출발을 알리는 이번 인사가 단행되면서 시장과의 소통을 넘어서, 국회와도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금감원 수석부원장 자리가 주는 무게감도 이런 우려에 힘을 실어준다.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소통을 책임지는 자리다. 그만큼 금융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하다. 특히 정 원장 체제에선 그간 소원해진 금융위와의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금감원장에 비견 될 만한 고위직이다 보니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단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용우 의원이 국회 다른 소속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용우 의원실은 아직까지 정무위 위원 사보임에 대해서 검토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세간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더욱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한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이찬우 수석부원장 인사와 관려해서 의원실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