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S와 수주 1위 자리 역전…포드 JV 확대 덕
아직은 적자…연말 이후 지형 변화·경쟁 확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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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고객사 수주물량이 220조원을 돌파하며 LG에너지솔루션(LGES)을 추월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후발주자로 유일하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수주 금액 측면에서는 글로벌 1위에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29일 3분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자회사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물량이 총 1.6TWh로 금액 기준 220조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올해 추가한 수주물량만 1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 금액은 70조원에 불과했다. 국내 2위 배터리 업체인 삼성SDI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연초 LGES와의 쟁송을 마무리하며 포드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뒤 매 분기 수주 물량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1분기말 기준 80조원이던 수주 금액은 2분기 130조원으로 불어난 뒤 3분기 기준 220조원으로 치솟았다.
LGES가 중국 CATL을 넘어서며 수주 기준 글로벌 1위 자리를 탈환한지 몇 주 만에 순위가 뒤바뀌었다. LGES가 최근 스텔란티스와 북미 현지에 40GWh 규모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을 공식화하며 최신화한 수주 금액은 200GWh였다.
당초 배터리 업계에선 지난달 SK이노베이션이 포드와 북미 현지 생산 협력을 확장하기로 약속하면서부터 역전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북미 현지 협력 규모는 60GWh 규모였지만, 지난 9월 두 배인 129GWh 규모로 확대한 바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수정된 수주 물량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올해 말이나 내년을 기점으로 SK온이 LGES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SK이노베이션에서 SK온은 적자 사업부로 외형 확장에 비해 내실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 전반을 통틀어 수주 물량이나 증설 계획에선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주 물량에서 역전이 벌어진 만큼 연말 이후 배터리 시장에서 지형 변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로운 사령탑으로 권영수 ㈜LG 부회장을 선임한 LGES와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주 쟁탈전이 벌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