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 ‘산재 방지’ 주문 당일도 발생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예고
“연말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 미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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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최대 규모 건설회사인 삼성물산의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준법감시위원회를 비롯한 외부기관의 산업재해 방지 노력 권고, 내부 안전관리 조직을 신설에도 불구하고 재해가 끊이질 않으면서 일부 경영진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 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내년 대형 건설회사를 대상으로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선제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건설현장에선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2월 강릉시 안인화력발전소, 3월 성남시 네이버 신사옥 건설현장에서다. 지난 6월엔 추가로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지게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 최종적으론 교통사고로 결론이 났다.
사실 삼성물산은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3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하며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지난 7월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설계안전성검토(DFS)’팀을 출범해 운영 중이다. 지난 19일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물산이 “강화하는 법 규제와 대외 요구사항에 부합하도록 계속 노력해 달라”며 산업재해 방지 노력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준법위 권고가 있던 날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1명이 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한 사고의 경위는 현재 경찰 조사중이다.
반복하는 삼성물산의 건설 현장 사고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삼성물산은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으로 분류된 다른 대형 건설사와 달리 특별근로감독을 받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 됐다.
이에 대해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삼성물산은 특별감독 기준에 포함이 되지 않으나 앞으로 삼성물산 본사 또는 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강력하게 조치 할 것”이라고 답했다.
잦은 사고에 대해 삼성물산에 몰린 과도한 공사 일정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삼성전자의 평택 캠퍼스는 총 3개의 라인(P1~P3)으로 구성돼 있고 현재는 P3라인 건설이 한창이다. P3라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을 제시했던 곳으로 삼성전자는 대통령의 방문 당일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의 시스템 반도체 확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P3라인 건립에 속도를 냄과 동시에 P4라인의 조기착공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P3 공사현장에선 공사기한 단축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평택 캠퍼스와는 별개로 삼성물산은 실제로 올 3~4분기에 상당히 많은 공사 일정이 맞물려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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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현재 장비가 늘어나거나 공정이 빠듯해질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전 사업부 공사가 겹치는 시기다보니 외부에서 (이를 사고의 원인으로 삼는) 시각이 존재할 수 있으나 최근의 사고들은 서두르거나 공기에 쫓겨 발생한 사고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내부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안전관리 감독 책임자 및 일부 경영진의 책임론도 확산하고 있다. 사고 발생 후 내부적으로 일부 문책성 인사가 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주요 경영진에 대한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 1월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비롯한 중대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와 원청 기업에 대해서도 처벌을 부과하는 조치다. 현재로선 잦은 재해에도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준법감시위의 산업재해와 관련한 당부를 비롯해 그룹 차원에서도 산업재해 관련 내부 기준 강화에 힘쓰고 있는만큼 최근의 사고들과 관련한 선제적 인사 조치가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현장에서 노동자가 상해를 입는 경우는 잦은 일이지만, 같은 사업장에서 잇따라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같은 사고들이 반복되면서 연말 인사를 통해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