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반발하지만 법리적으론 대안 없어
産銀 점진적 지분 축소 가능성…오버행 이슈
2023년엔 1조 사채 주식 전환…장기적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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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MM 주가가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의 영구 전환사채(CB) 주식 전환으로 급락했다. 전환 후 산업은행 1대주주, 해진공 2대주주 구도가 유지되는데 정부는 HMM을 해진공 주도로 관리하는 안을 고려해왔다.
이를 감안하면 산업은행이 HMM 주식을 매각해 지분율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해진공의 CB 주식 전환은 ‘이익 현실화’ 명분에 따랐던 만큼, 아직 남은 채권의 주식 전환 가능성도 높다. 장기적으로 HMM의 주가에 부담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진공은 지난 26일 HMM에 191회 CB(발행 규모 6000억원)를 보통주로 전환해달라고 청구했다. 주당 전환가액은 7173원, 전환된 보통주식 수는 8364만여주다. 지분율 17%(전환 후 기준)에 해당하는 주식이 한꺼번에 새로 들어오게 되니 주가가 출렁였다. 주식 전환 발표 다음날 HMM 주가는 9% 가까이 빠졌다. 최근 주가는 지난달 말과 비교해도 20%가량 낮다. 호실적에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주식 전환과 주가 하락이 현실화하자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컸다. 공적 목적으로 자금을 지원해놓고 이익 실현을 우선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결국 공적 기관이 개인에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선 회사가 새로 전환되는 주식만큼 매입해서 소각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HMM에 돈을 들인 산업은행이나 해진공도 이런 비판을 모르지 않지만 받아들일 명분이 없다. 주식 가치를 몇 배로 키울 권리를 행사조차 않는다면 배임 논란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HMM 주가는 팬데믹, 물류 대란, 운임 상승 등 요소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예상치 이상으로 올랐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산업은행이나 해진공이 평가손 부담을 계속 질 수밖에 없었다. 사채의 주식 전환 가능성도 ‘알려진 위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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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주가가 실적과 업황 외 변수로 조정을 받았는데, 앞으로도 부담 요소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HMM 관리 주도권을 산업은행에서 해진공으로 넘기는 방안을 고려해 왔다. 이와 관련해 올해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해진공 사장 선임 지연으로 차질을 빚었다. 지난 8월 김양수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해진공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해진공은 최근 삼정KPMG에 HMM 경영 전략과 관련된 용역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진공이 HMM의 관리를 주도하고, 최대주주에 오를 것으로 본다면 지분 구조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191회 CB 전환 후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20.96%, 해진공은 19.96%다. 산업은행은 앞서 HMM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산업은행에 대한 배당 압박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해진공이 최대주주에 등극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장 산업은행의 대규모 지분 매각은 없더라도 앞으로 계속될 오버행 이슈는 주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주식전환이 이뤄질 가능성 역시 언급된다.
HMM은 2018년 10월 산업은행 대상으로 30년 만기 192회 CB(4000억원), 193회 신주인수권부사채(BW, 6000억원)를 발행했다. 이 채권들의 이자율은 3%인데 6년차엔 6%, 그 다음부터는 매년 0.25%포인트의 이율이 가산된다. 회사는 발행 5년, 즉 2023년 10월 이후 사채 중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돈이 있다면 상환 청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환 청구를 받은 산업은행은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192회 CB와 193회 BW의 전환권 및 신주인수권 행사가는 5000원이다.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2년 후에도 권리를 행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191회 CB 전환권 청구 사례를 들어 2023년 1조원 규모 사채 역시 전량 주식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HMM과 공적 자금을 넣은 사채권리자의 입장이 배치될 수 있는 상황이다. 191회 CB도 회사가 돈을 일찍 갚겠다 하니, 그에 대응해 해진공이 즉각 전환 의사를 밝힌 모습이었다. 해진공이 이자 수익을 계속 챙기기 위해 HMM의 CB 조기 상환을 막고 있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던 터라 서로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한 해운업계 전문가는 “HMM이 CB를 상환하겠다 하면 해진공은 법리적으로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다”며 “HMM과 해진공이 조율이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조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