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500억 인정받았는데 과도하다 지적도
CS는 공격적 제안…회사 매출 구조엔 의구심
몸값 올리기 치중 지적…회사 “투자규모 미정”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종합 물류 플랫폼 ‘부릉(VROONG)’ 운영사 메쉬코리아가 기업가치 1조원을 목표로 투자유치에 나선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선정하며 의욕을 보이고 있는데 시장의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다. 올해 인정받은 기업가치와 크게 동떨어져 있는 데다 아직 매출 기반이 탄탄하게 갖춰지지 않은 터라 내실보다는 기업가치 올리는 데만 급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메쉬코리아는 최근 투자 유치 자문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했다. CS는 잠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참여 의향을 묻고 있는데, 외국계 투자자들을 우선 협상 상대로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 유치 규모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가 바라는 기업가치는 1조원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투자금으로 밀키트 업체 인수 등 사업확장을 꾀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쉬코리아는 2013년 설립된 물류 플랫폼 기업으로 ‘부릉’ 브랜드를 통해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륜차 주력의 배달대행업을 시작으로 사륜차 배송, 통합 물류관리 솔루션(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주문통합연동시스템(Order Management System)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
메쉬코리아는 2013년 시드(Seed) 라운드에서 국내 최대 규모인 13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후 대형 프랜차이즈와 유통사 등 안정적인 법인 화주를 확보하며 성장했다. 네이버, 현대자동차, SK네트웍스, GS홈쇼핑 등 유수의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메쉬코리아가 성장성을 입증해왔지만 이번 투자금 유치 작업이 순할할 지는 미지수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기업가치가 너무 급상승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회사는 2018년 투자유치 때 3000억원, 올해 5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몇 달이 되지 않아 그 두배의 몸값을 바라는 것은 과도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러니 기존 투자자들도 이번 투자 참여를 꺼리고 있다.
한 기존 투자사 관계자는 “현재 메시코리아 기업가치는 아무리 후하게 봐줘도 8000억원이 최대치라고 본다”며 “최근 받은 투자 가치 대비 원하는 몸값이 높아 투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 유치 자문사 선정 작업도 얼마나 회사 측의 기대치를 맞춰 주느냐 양상으로 이어졌다. 복수의 외국계 IB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였지만,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 목표를 제안한 CS에 주관 자격이 돌아갔다. 다른 후보들은 7000억~8000억원 수준의 금액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S는 일반 기업 자문이나 자금조달 면에선 이름값이 있지만 스타트업 분야에선 경력이 일천한 터라 수임을 위해 공격적인 기업가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쉬코리아의 사업 모델이나 수익 구조가 아직 탄탄하지 않다는 점도 걱정이다. 회사는 2019년 1614억원, 작년 2563억원에 이어 올해 3000억원가량의 매출이 예상되는데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의 상당 부분은 배달기사에 지급돼야 하는 금액을 중간에서 인식하는 것이라 ‘순매출’ 개념으로는 수백억원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배달 부문에선 기사를 모집하기 어려워졌고, 비용 부담도 커졌다.
한 국내 벤처투자사 관계자는 “다른 경쟁사들은 순매출 기준으로 하는 곳이 많지만 부릉은 그렇지 않다”며 “순매출은 얼마 안되는데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만 관심을 갖다 보니 국내 VC 사이에서 신뢰가 많이 깨진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CS를 선임해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며 유니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투자 규모나 세부 조건 등은 미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