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지적재산권) 확보에 힘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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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회사 왓챠가 티빙에 이어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나섰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상장 전 자금을 유치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OTT 경쟁사들이 잇따라 등장을 예고하면서 왓챠의 예상 기업가치(Valuation)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최근 약 3000억원 밸류로 프리 IPO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약 1년 전인 작년 12월 투자를 받았을 당시 기업가치가 약 12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몸값이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투자업계에선 당초 왓챠가 원하던 몸값이 최대 5000억원 수준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투자사 후보군은 삼성증권, 두나무,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카카오벤처스 등으로 굵직한 벤처캐피털(VC)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삼성증권은 프라이빗뱅킹(PB) 부문에서 약 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투자 유치 방식은 전환사채(CB)다. 예정 상장시기인 2023년까지 왓챠가 적격 상장요건을 맞추면 해당 CB는 보통주로 전환된다. 통상 적격 상장요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높은 IRR(내부수익률)로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요구할 수 있다.
CB 발행 외에 구주 매출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약 1000억원 규모의 구주 매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70%는 대주주가 콜옵션(특정 가격으로 되살 수 있는 권리)을 지니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이를 포함하면 회사에 유입되는 자금규모는 최대 1500억원에 이른다.
다만 이에 대해 왓챠 관계자는 "기존 투자사와 신규 투자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며, 구주매출로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왓챠의 예상 기업가치 및 향후 사업전망을 두고 일부 투자업계에서는 갸우뚱한 시각을 보내고 있다. 최근 OTT 회사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제야 부랴부랴 지적재산권(IP) 확보에 나선 왓챠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왓챠와 같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은 IP 보유 회사에 매출액의 약 70%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높은 수수료율 탓에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OTT 회사들이 너도 나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왓챠가 자체 제작 역량을 키우기에는 자본력이나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만약 IP 제작 능력 없이 유통 플랫폼으로서 지속 가능한 영업이익률을 내기 위해서는 구독자수, 즉 플랫폼 볼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왓챠의 구독자수는 약 70만명으로 경쟁사인 웨이브(200만명)나 티빙(180만명)에 비해 갈 길이 멀다.
하반기 디즈니와 애플 등 글로벌 OTT 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하는 점도 왓챠로서는 부담이다. 애플TV+는 4일부터, 디즈니+는 12일부터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애플TV+는 오리지널 콘텐츠만 제공하고, 디즈니 역시 디즈니와 마블, 스타워즈 등 다양한 IP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틈을 타 왓챠 역시 투자금 유치에 나선 것”이라며 “하지만 IP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최근에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보다는 제작사 쪽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왓챠 역시 제작 능력을 얼마나 갖추느냐에 따라 예상 기업가치의 정당화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