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속도 5030’ 정책이 효자 노릇
4대 보험사, 3분기 7000억 순익
떡 본 김에…업계 M&A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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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손해보험사들이 너 나 할 것없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호재로 작용한데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실적 상승의 판을 깔아줬다.
손을 대지 않아도 실적이 쑥쑥 오르며, '현직 손보사 최고경영자는 인생의 대운(大運)이 들어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덩달아 손보사 M&A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3분기 실적 시즌의 주인공 중 하나로 손보사를 꼽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3분기 합산 순이익이 8000억원을 돌파하며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1,2분기에도 증권사의 추정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바 있다.
보험사 별로 살펴보면 삼성화재는 전년 동기 대비 42.18% 증가했다.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도 각각 137.47%, 66.41% 늘어났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3분기 강남 사옥 매각으로 인한 기저효과로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8%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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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손보사 호실적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자동차 손해율 하락이다.
빅4 손보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삼성화재 79,2%, 현대해상 79.3%, DB손보 77.8%, 메리츠화재 75.8%로 전년동기 대비 5~7%포인트 하락했다. 최근 10년동안 최저 수준으로 손보사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손해율이 개선된데에는 코로나 영향도 한 몫했다.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줄면서 자연스레 사고율이 줄어들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하락하는데 영향을 줬다.
다만 단순히 이동량이 줄어든 것만이 손해율 개선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핵심은 정부의 '친 손보사 정책'이었다. 손보사의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잇따라 도입하며 실적 상승의 판을 깔아줬다는 분석이다.
정책별로 살펴보면 2020년 시행된 ‘민식이법’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평가다. 스쿨존에서 사고시 운전자에게 기존 법규 이상의 무거운 징벌을 주는 게 핵심으로, 이로 인해 운전자보험 가입이 급증했다. 덕분에 운전자보험은 최근 2년새 손보사 실적을 키워준 효자상품이 됐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만 각각 102만건, 109만건의 운전자보험 가입이 이뤄졌다.
올해 4월부터 시행된 ‘안전속도 5030’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심부 내 제한속도를 대중교통이 다니는 일반도로에서는 시속 50km, 스쿨존 등은 시속 30km으로 제한하는 법이다. 이 기간 도심 내 사고율이 15%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사고율이 줄어들며 자연스레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뚝 떨어졌다.
여기에다 초년도 모집수수료 상한규제도 손보사들의 비용부담을 줄여줬다. 해당 법은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첫해 모집수수료를 월 납입액 1200% 이하로 제한하는 법으로, 손보사 사업비율이 업계 평균 1%포인트 가량 줄고 업체별로 최대 5%포인트 줄어든 곳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실적개선 예상은 손보사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초부터 꾸준히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금리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모든 손보사에 대한 접근이 유효하다”라며 “금리 상승의 수혜가 기대되고 안정적인 이익 흐름을 보유했음에도 저평가된 상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에 정부 규제로 인해서 손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자 M&A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프랑스BNP파리바 그룹과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의 지분 94.54%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KB금융과 ‘리딩금융지주’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함도 있고 또한 최근의 손보사 실적개선과 더불어 디지털화란 큰 흐름에 발을 담그기 위함이란 해석이다. 비단 신한금융뿐 아니라 카카오 등 IT업체들도 손보사 진출에 나서면서 손보사 M&A 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손보사들이 활짝 웃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코로나 여파로 자영업자 등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정부가 손보사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대한 요구가 크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2017년 자동차 손해율이 폭등하며 '보릿고개'를 겨우 넘어온 손보사들이 당장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요 손보사 핵심 최고경영자의 임기가 대부분 올해 및 내년 중 만료된다는 점도 변수다. 이들 입장에선 연임 및 이전 경영자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이익 규모를 더욱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손보사 배불리냐는 비판이 없지 않다”며 “연임을 앞둔 경영자 입장에서는 절대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