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버, 올초 지분매각 추진…CJ 적극 인수 의지
"K콘텐츠 확산을 위한 글로벌 거점으로 활용"
-
CJ ENM이 미국 할리우드 콘텐츠 제작사인 엔데버 콘텐트(Endeavor Content)를 약 1조원에 인수한다. 이번 거래는 CJ그룹이 문화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글로벌 인수합병(M&A)으로, CJ그룹이 최근 발표한 중기비전의 ‘4대 성장엔진’ 중 컬처 분야에서 글로벌 가속화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19일 CJ ENM은 이사회를 열고 미국의 콘텐츠 제작업체인 엔데버 콘텐트(Endeavor Content)의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약 80%을 7억7500만달러(약 93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CJ ENM은 미국 현지 특수목적법인인 CJ ENM USA INC.를 통해 설립한 CJ ENM USA Holdings LLC를 통해 엔데버 콘텐트의 지분 100%를 보유한 IMG Worldwide와 거래계약을 체결했다. CJ ENM은 5000억원의 기업어음(CP) 발행과 4000억원의 금융기관 차입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
엔데버 콘텐트의 전체 기업가치는 8억5000만달러(약 1조원)로 책정됐다. 인수 후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남은 지분은 기존 대주주인 엔데버가 보유한다. 엔데버 콘텐트의 공동 대표인 크리스 라이스(Chris Rice)와 그레이엄 테일러(Graham Taylor) 등 주요 경영진 및 핵심 인력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이다. 양사는 내년 1분기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엔데버그룹은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글로벌 아티스트 및 스포츠 스타를 비롯한 7000명 이상의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약 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엔데버 콘텐트는 엔데버가 2017년 설립한 스튜디오로 영화 ‘라라랜드’, ‘콜미바이유어네임’ 등 콘텐츠 제작 및 투자, 유통, 배급 등을 맡아왔다. 유럽, 남미 등 전세계 19개 국가에 거점을 보유하고 있고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유통까지 자체 프로덕션 시스템과 탤런트/크리에이터 네트워크 및 유통망이 강점이다.
CJ ENM의 강호성 대표는 “미국, 유럽을 거점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엔데버 콘텐트의 기획·제작 역량과 CJ ENM의 K콘텐츠 제작 노하우, 성공 IP(지적 재산권)가 결합해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동서양 문화권을 포괄하는 초격차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CJ그룹이 최근 발표한 중기비전의 ‘4대 성장엔진’ 중 컬처 분야에서 글로벌 가속화 집중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CJ ENM은 수년간 북미의 스튜디오 및 우수 제작사의 인수 기회를 모색해왔고, 올해 초 엔데버가 엔데버 콘텐츠 지분 축소에 나서며 인수전을 준비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월부터 CJ ENM은 드라마 제작 자회사인 ‘본팩토리’와 엔데버 콘텐트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진했고, 양사의 IP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진행해온 바 있다.
엔데버는 올해 초 계열 연예기획사인 윌리엄 모리스 엔데버와 미국 작가협회(WGA) 간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엔데버 콘텐트의 지분 매각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다수의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CJ ENM 관계자는 “엔데버 콘텐트와 같은 우수한 기획·제작 역량을 가진 글로벌 스튜디오가 M&A 시장에 나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엔데버 콘텐트의 뛰어난 역량을 일찌감치 눈여겨본 덕분에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자마자 TF를 결성하고 인수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CJ그룹은 엔데버 콘텐트를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전세계 소비자를 타깃으로 CJ ENM이 보유한 히트작 리메이크 등 K콘텐츠 확산을 위한 본격 채비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제작에서 글로벌 OTT 유통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드라마·영화·예능 등 CJ ENM의 IP를 지속적으로 현지에서 선보일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같은 날 CJ ENM은 물적 분할을 통해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멀티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별도의 스튜디오 설립도 추진 중이라고 공시했다. 향후 CJ ENM은 국내는 스튜디오드래곤과 신설 멀티 장르 스튜디오를, 글로벌은 엔데버 콘텐트를 거느리는 멀티스튜디오 체제를 갖추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