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출신 공통점…대관보단 글로벌 투자 방점
로펌·IB 다수 거쳐간 만큼 업계 기대감도 상당
'세대 통합' '사업제약' '혁신' 등 과제도 부여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네이버가 최근 차기 CEO와 CFO 내정을 마무리했다. 최수연·김남선 '투톱' 체제로, 글로벌 전문 법조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관련업계에선 젊은 법조인 출신 사령탑으로 진용을 갖춘 네이버가 향후 어떤 비전을 내놓을지 저마다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최수연 글로벌 사업지원부 책임리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M&A 및 투자를 이끄는 김남선 책임리더다. 네이버는 투톱체제를 중심으로 'NAVER Transition TF(트랜지션TF)'를 꾸려 글로벌 경영 본격화 및 조직개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부터 최종 확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GIO가 '글로벌 역량'과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적임자를 그간 물색해왔다는 설명이다. 최수연 CEO와 김남선 CFO는 각각 1981년생과 1978년생으로, '젊은 경영진'의 등장은 60~70년대생 임원 위주의 네이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관련업계에선 '투톱' 체제가 보여줄 네이버의 새로운 비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해진 GIO가 트랜지션TF에 인사 전권을 부여한 만큼 당분간은 조직개편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이나, 두 사령탑 모두 글로벌 사업 전문가란 점에서 글로벌 투자에 우선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변호사 출신 CEO 선임 사례, 다시 말해 국내 규제 대응 차원의 컴플라이언스 및 대관 인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해석이 많다.
회사 보도자료에서도 '글로벌 사업'에 대한 의지는 크게 드러났다. 네이버는 ▲주요 사업들이 글로벌에서도 사회적 책임과 법적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 ▲사업간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 ▲ 선제적인 기술·인력 투자를 통해 글로벌로 성장해나갈 신규 사업 발굴 책임을 두 내정자의 주된 임무로 설명했다.
두 내정자 모두 법조인 출신이란 점이 눈에 띈다. 최수연 내정자는 2005년 네이버(당시 NHN)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으로 업계에 발을 들였으나 이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과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직했다. 김남선 내정자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해 미국 대형로펌 크라벳·스웨인&무어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두 인물 모두 로펌 및 투자은행(IB)업계를 다수 거쳐와 두 내정자를 경험했던 관계자들이 다수 있는 만큼 유독 큰 관심을 받는 분위기다. 최수연 내정자를 둔 로펌업계의 평가는 '특출난 후배'로 요약되고 있다. 조직 적응이 빠르고 업무와 성장에 대한 의지도 남달랐다는 관계자 전언이 많다. 네이버 내부선 조직 로열티가 남다른 인물로 거론된다. 최 내정자는 법무법인 재직 당시 지원받은 유학비를 반환하면서까지 '친정'인 네이버로 이적했다. 경쟁사 사이에선 최 내정자에 대한 이해진 GIO의 신임이 특히 두터워 한차례 주목받았던 인물로 회자된다.
김남선 CFO 내정자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8월 네이버에 합류한 이후 왓패드 인수, 이마트·신세계와 지분 교환 등의 빅딜을 주도해 왔다. 라자드·모건 스탠리·맥쿼리 등을 거쳐온 인물로 대기업 구조조정과 신성장산업 영역 바이아웃 거래를 주도한 M&A 전문가다. 당시 IB업계 내에선 김 내정자의 합류를 기점으로 '네이버 투자 스타일이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향후 더욱 공격적인 투자사례가 나올 것이란 기대가 있다.
로펌 등 IB업계에선 이번 사례를 기점으로 변호사·투자 전문가 출신의 기업 CEO 선임 사례가 더욱 늘어나길 바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젊은 후배의 성공에 자극이 되는 면도 있고 변호사 출신의 CEO행 사례가 늘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국내에선 법조인 출신이 CEO 되는 게 화제가 되지만 해외에선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변호사는 이제 하나의 자격증 정도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IT업계에선 대형IT기업의 수장이 법조인 출신이란 점에 다소 회의적인 분위기다. 일각에선 "사실상 이해진 창업자 밑 국내 법무팀을 꾸린 것과 마찬가지"란 지적도 제기됐다. 외형확장을 어느 정도 이룬 만큼 이젠 보수적인 관점에서 리스크 요인 대처 중심 구간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논리다. "유독 법조 경력을 중시하는 조직인 만큼 예상됐던 인사" 혹은 "대형 IT기업이 정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쉬운 행보" 등의 혹평도 있었다.
현재로선 최수연·김남선 '투톱'체제를 두고 아웃바운드 딜 위주의 사실상 투자전문회사로 거듭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보다는 해외 스타트업 발굴을 기반으로 투자중심 회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시각을 내놨다. 페이스북이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IT기업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혁신에 대한 의지는 다소 떨어져 보인다는 평가도 있었다.
올해 내내 안팎으로 사업규제에 따른 제약 환경, 노동문화 리스크 등으로 확장이 쉽지 않았던 만큼 두 사령탑이 짊어질 부담도 상당할 것이란 평가다. 특히 윗 세대 경영진들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과제는 최대 부담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60~70년대생이 대다수인 기존 C레벨 임원, 사내독립기업(CIC) 대표들 사이에선 '젊은 대표' 등장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 "몸집이 상당히 커진 네이버를 젊은 대표들이 얼마나 통솔이 가능할지 의문"이란 시각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외부에선 네이버가 벤처문화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다수 있는 만큼 조직통솔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