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에 테마 중복…먼저 하자 눈치싸움
카카오 투자자 중 TPG가 앵커에 앞선 행보
비상장 케이뱅크 투자자에도 영향 미칠 듯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 4분기 들어 인터넷전문은행 투자자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했다. 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해선 레버리지를 잘 활용해야 하는데 테마가 겹치는 경쟁자가 많았고 금리도 상승기에 접어드는 시점이라 차입금을 마음대로 끌어다 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초기 모호한 성장 전략으로 시장의 관심이 시들했다. 최근 들어 플랫폼 기업이 각광받으면서 투자금이 몰렸다. 작년 TPG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카카오뱅크에, 올해는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등이 케이뱅크에 주주로 참여했다.
이들은 블라인드펀드로 투자금 대부분을 댔다. 수익성만큼 관리 보수도 중요한 중소 PEF들은 펀드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대형 사모펀드(PEF)들은 차입금을 활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
최근 들어 인터넷은행 투자자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시장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돈을 빌리려는 입장에선 서두르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돈을 빌려줄 금융사들의 지갑이 닫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형 PEF들의 투자 테마가 겹친다는 점 역시 부담스럽다. 비슷한 영역의 리파이낸싱 혹은 차입금 조달 거래가 시장에 쏟아지면, 혼자만 나왔을 때보다 박한 조건을 받아들 수 있고 재매각(셀다운)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평판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터넷은행도 은행이다보니 이런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금융사도 제한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정서상 다른 은행 관련 거래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은 올해 상장한 카카오뱅크 투자자들이다. TPG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작년 2500억원(주당 2만3500원)씩을 카카오뱅크에 투자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장에 성공했는데, 주가가 한때 9만원을 넘어서며 평가 내부수익률(IRR)이 수백%에 달하기도 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대형 증권사를 주관사로 삼아 리캡(자본재구조화)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 일으키는 차입금 규모가 투자 원금을 넘다 보니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해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여전히 투자 단가 2배 이상 높다. 그러나 상장 초기에 비하면 상당히 낮아졌고 카카오그룹과 금융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부담스럽다.
TPG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카카오뱅크 투자금 리캡에 성공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비롯한 다른 인터넷뱅크 투자자들이 차입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리캡 작업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리캡 규모는 투자 원금 수준으로 회수 극대화보다는 신속성에 신경을 더 썼다는 평가다. 거래는 지난달 말 완료됐다.
올해 케이뱅크에 투자한 PEF들은 주로 크레딧펀드 성격 자금을 썼다. 차입금은 아예 활용하지 않거나 수백억원 정도만 활용했다. 이 때문에 일부는 차입금 활용안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다만 비상장사로 시가 평가 근거가 부족하고 회수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 않다는 점이 부담요소다. 유사 업종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간 상황이라 리캡 추진 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투자 기간이 오래 되지 않은 만큼 시장 상황을 더 살피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