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에선 PB 대체 어려워
AI 서비스에 고수익 기대감도 장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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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증권사에서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로보어드바이저(RA)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액으로도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RA를 통해 디지털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업계에서는 RA가 PB를 대체하는 서비스가 아닌 자산관리 서비스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 고객은 RA를 통해 추가 수수료 수익을 끌어내고, PB는 고액자산가에게 집중토록 하려는 전략이 통할지도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다.
24일 현재 코스콤이 운영하는 RA 테스트베드센터에 따르면, RA 서비스 계약자 수는 올해 1월 말 30만6537명에서 10월 말 40만5142명으로 약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운용자산규모(AUM)도 1조5334억원에서 1조8588억원으로 21%가량 증가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 6개월간 증권사가 RA 펀드를 운용해 얻은 수익률이 최고 16.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5%가량 떨어졌다.
RA 서비스가 도입된 건 2016년부터다. 올해 들어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두며 RA의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투자자문‧투자일임업을 겸업하는 경우 RA 방식으로 영위해야 하는 까닭이다.
RA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업체와 협업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일부 증권사는 자체적으로 RA를 개발하기도 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고객 동의를 받고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를 일괄 수집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시하는 서비스다.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관계자는 "RA 도입 취지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대중화"라며 "일반적으로 PB 서비스는 고액자산가의 전유물이라 일반 투자자가 서비스를 받기 어려웠지만, RA를 통해 양질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문턱을 낮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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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선에서 고객과 접촉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RA에 다소 회의적이다. 특히 회사가 목표로 삼는 'PB 대체'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수익률과 무관하게 RA의 '퍼포먼스'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PB 영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고객에게 운용 방식을 납득시키는 것"이라며 "타사의 한 RA는 올해 코스피 종목을 전량 매도했는데, 고객 입장에선 왜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은 RA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이런 부분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금문제, 기업승계, 부동산, 보험, 위험관리 등 복잡한 의사결정이 수반되는 부문에서는 여전히 인간을 대체하기 어렵다"며 "자산관리 서비스가 아직 인간 상호작용에 의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계가 인간과의 대면에 의한 자산관리 서비스보다 친밀감이나 만족감을 능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투자자가 RA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점도 RA의 PB 대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공지능이 관리하니 고수익을 낼 거라는 기대와 달리 RA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일부라고 봐야 한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PB는 "RA는 기본적으로 알고리즘이 리스크 관리에 특화돼있어 강한 상승장에서는 코스피 지수보다 수익률이 높게 나올 수가 없다"며 "증권사에 찾아오는 고객은 큰 수익을 기대하고 오기 때문에 RA를 매력적으로 볼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증권사가 앞다투어 RA를 도입하려는 것도 결국은 자사 홍보를 위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증권사 PB는 "우리가 이만큼 선진기법을 도입했다고 마케팅만 하는, 타사에서 하니 우리도 해야 하는, 막연한 탁상공론이다"며 "증권사에서 자산배분 상품의 판매량이 얼마 되지 않고, 이 중 일부가 RA로 옮겨가게 될 텐데 RA가 전체 상품에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할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