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점한 빅테크 기업의 벽 뛰어넘기 힘들어
당장 수익 창출보다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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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윤수민 기자)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업의 경쟁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합작법인 설립에서 지분 교환 및 인수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일각선 단순 홍보 수준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술력 면에서 빅테크 기업의 벽을 넘기 어려울 거란 평가도 제기된다.
최근 재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메타버스'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메타버스 핵심 기술을 보유한 회사 인수에 나서고 있다.
최근 SK스퀘어는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9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국내 10대 기업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한 첫 사례다. 10대 기업 이외에 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한 기업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가 유일하다.
지난달엔 넷마블의 개발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가 실사형 스포츠게임 전문 개발사 나인엠인터랙티브를 100% 흡수합병했다. 나인엠인터랙티브가 보유한 메타휴먼(메타버스 속 가상인물) 생성 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 게임 및 플랫폼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교보문고와 컴투스·위지윅스튜디오의 메타버스 협약, 네이버제트와 슈퍼캣의 메타버스 합작법인 설립 등 주요 기업의 메타버스 관련 투자는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메타버스 시장에 앞다투어 뛰어드는 모양새다. 다만 막상 관련 업계에서는 단순한 홍보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증시에서 메타버스 열기가 뜨거운데다, 남들도 하니 우리도 한다는 생각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제페토는 3년 만에 누적가입자 수 2억명을 만들었다. 2006년 출시한 미국의 메타버스 대장주 로블록스는 올해 초에 월간 사용자수 2억명을 기록해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했다"며 "대한민국 1등 기업인 삼성도 제페토 플랫폼에 들어와 회사를 홍보하는 수준에 그치는데, 다른 기업이라고 크게 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업이 메타버스 선점 경쟁에서 뛰어드는 이유는 한 번 뒤처지면 계속 뒤처질 거란 두려움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메타버스 시장이 사물인터넷(IoT) 시장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구글·아마존·애플·삼성 등 너도나도 홈IoT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다른 플랫폼끼리 호환이 되지 않아 결국은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만 살아남았다"며 "메타버스도 플랫폼 특성상 누군가 독점하기 전까진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일반 기업들은 대규모 자금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차지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메타버스를 통해 미래 잠재고객을 붙잡겠다는 기대감도 한몫한다. 메타버스 사용자의 대부분이 MZ세대인 만큼 당장의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기대감보다는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일단은 미래 소비 주체인 MZ세대와 소통하기에 메타버스가 효율적인 매체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실제로 명품기업 구찌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가상 스니커를 메타버스에서 판매하고 있다. 휴대폰 카메라와 연동한 AR 기술로 구현한 신발로, 발에 카메라를 대면 화면상으로 신발 구현이 가능하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제페토에서 쏘나타N라인 차량을 구현한 바 있다.
일반 기업보단 금융사가 메타버스로 더 큰 수혜를 볼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아직은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메타버스를 통한 금융거래에는 제약이 있지만, 대내외 비대면 소통 창구 이외에도 '플러스 알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오프라인 영업점 역할까지 대체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메타버스에서 금전 거래가 이뤄진 후 현금으로 환전하기 위해서는 중간 단계에서 금융사를 거치게 된다. 디지털 자산과 융합되면 금융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다"며 "한정판 나이키 신발 등 다양한 NFT가 고가로 팔리다 보니 해외 금융권에서는 NFT를 활용한 담보대출을 시행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