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EF 경쟁사와 협업 꺼려…사공 늘면 조건 협상도 부담
SK E&S 2조원대 유치 선례 감안하면 1곳과 협상도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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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의 상장전투자유치(프리 IPO) 작업이 본격화했다. 규모가 크고 해외 시장 확대가 중요하니 주요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유력한 투자 후보군으로 분류되는데, PEF들이 힘을 모으는 클럽딜 형태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다만 글로벌 PEF들은 기본적으로 경쟁 관계인 데다, 사공이 많아질수록 투자 조건을 조율하기 어렵다 보니 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SK온은 최근 JP모건과 도이치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프리 IPO 작업에 들어갔다. 투자 유치 규모는 2조~3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회사 측에선 아직 희망 기업가치에 대해 밝히지 않는 분위기인데, 30조원 수준이라면 투자자가 10% 안팎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본격적인 투자 유치 절차는 내년 초 진행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SK온의 투자유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냈다.
회사는 글로벌 PEF를 우선 협상 상대방으로 꼽는 분위기다. 주관사는 칼라일그룹, TPG, KKR 등 글로벌 PEF 위주로 티저레터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PEF와 손을 잡을 때마다 기존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한다. 자금력 있고 해외 네트워크가 강한 글로벌 투자자와 손을 잡으면 해외 시장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고,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추가 투자 유치 가능성도 커진다.
우선적으로 티저레터를 받지 못한 국내 투자자들도 관심을 표하고 있는데 글로벌 PEF를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PEF라도 한 거래에 수조원의 자금을 쏟기엔 조심스럽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했을 때부터 여러 대형 PEF 운용사에서 투자금을 나눠 받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왔다. 회사 내부에선 세 곳에 1조원씩 투자 물량을 나눠주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수의 글로벌 PEF가 나란히 SK온의 주주로 참여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화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앞서 티저레터를 받은 PEF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는 관계다. 유망 성장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쏟을 기회가 생기는 것은 반기지만, 경쟁사들과 한 배를 타는 것은 썩 내키지 않다. 국내서도 KKR은 신한금융, 칼라일은 KB금융과 손을 잡는 등 동선이 겹치는 것을 꺼렸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처럼 글로벌 운용사와 리즈널 운용사가 모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닥뜨리는 관계로 보기 어렵다.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의견을 모으기는 어려워진다. 각 운용사별 투자 철학이나 목표 수익률, 감수할 수 있는 조건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은 재무적투자자(FI)들의 경쟁을 활용해 각 투자자들의 가장 좋은 조건만 취하는 전략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하면 사공이 많아질수록 투자자들이 회사에서 받아낼 회수 안전장치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온에선 여러 투자자가 참여하는 클럽딜 방식도 고려하는 것 같지만 글로벌 PEF들은 경쟁사와 함께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투자자가 3~4곳이 된다면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한 곳의 글로벌 PEF에 거래를 몰아주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한 투자자가 소수 지분에 수조원을 쏟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최근 KKR이 SK E&S에 2조4000억원을 투자하면서 국내 비경영권 지분 거래 사상 최대 규모 기록을 쓰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SK그룹이 가장 신경쓰는 핵심사업이기 때문에 이번 거래에선 계열사의 판단보다 지주사, 그룹 수뇌부의 의중이 더 중요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자금조달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SK온 외에 중국 CATL이 유상증자에 나섰고,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러 변수로 내년엔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SK온 입장에선 투자 유치 규모 못지 않게, 조달 시점도 중요한 상황이다. 투자 협상 상대를 줄이는 편이 자금 유치 시점을 앞당기는 데는 유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