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비금융업 제한 법률로 직접 진출 난망
대선 후 가상자산 관련 규제 완화 기대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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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암호화폐 등 블록체인 기반 신규 시장을 수익원으로 삼고자 하는 증권사들의 물밑 검토가 한창이다. 가상자산 거래액이 코스피 시장 일 평균 거래액을 뛰어넘는 등 자금 이동이 본격화하고 있는데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들면서 관련 산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금융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법률과 금융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증권사들은 선제적으로 내부 논의에 나서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쉬쉬하는 분위기다. 관련업계에선 대선 후 금융당국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ㆍ키움증권 등을 비롯해 다수의 국내 증권사가 가상자산 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까지 내부적으로 가상자산 수탁사무업 진출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했다.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블록체인협회를 후원하고 있으며, 지난달 4일에 개막한 'NFT 부산 2021'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앞서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금융사중 최초로 계열사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내놓았다. 지난 4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계열사 '호라이즌스 ETFs'는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ETF 종목을 상장했다.
키움증권도 가상자산 관련 사업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곳 중 하나다.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에 가상자산업을 포함하는 것을 두고 내부 스터디를 했을 거라는게 업계관계자의 시각이다. 다만 키움증권은 공식적으로 가상자산 관련 사업 진출설을 부인하고 있다.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도 리서치센터나 연구소를 통해 가상자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하나금융지주의 싱크탱크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대중화, 제도화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업계에 회자됐는데 가상자산업 진출에 대한 그룹사의 관심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가상자산 섹터를 담당할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을 채용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스터디를 본격적으로 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게 내부 관계자의 시각이다.
문제는 국내법이 금융업의 비금융업 진출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자가(증권사) 다른 회사의 지분을 20%이상 소유시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금융·보험업, 금융업 직접 관련업종은 非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지배를 금지하는 '전업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가상자산업에 대한 직접적 진출은 사실상 어렵다고 인식된다.
금융사의 가상자산업의 관심은 뜨거운데 반해 금융당국의 태도는 미온적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내 한 대형투자사는 금융위원회의 부정적 기류에 유망 블록체인 기업 인수를 포기했다고 알려진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국내에선 비트코인 ETF가 출시되지 않고 있다. 재간접 형태로 미국 비트코인 선물 ETF를 담는 펀드도 승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상자산업계선 대선 이후 관련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양당의 대선 후보가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에 우호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7일 한 강연회에서 "가상자산 역시 하나의 거래수단"이라며 "투자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8월 여의도 한 세미나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방해하지 않는 미국 모델을 따라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금융당국 인사들을 영입하며 규제 대응에도 힘쓰고 있다.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업계로 이직이 줄을 이었다는 평이다. 금감원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부국장이 업비트로 자리를 옮겼고 코인 발행사인 피카프로젝트는 금감원 자본시장국장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이달 초 금융위 금융산업국 소속 한 서무관은 빗썸으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