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낮으면 대주단 구성 어렵고 역마진 가능성도
실적 부담에 대형 PEF·대기업 신규 거래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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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사들은 금리 상승기에 기업금융 업무가 위축된다. 기존 고정금리 대출에서 역마진이 발생하고 신규 거래에서 최종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인데 많은 금융사들이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도 높아지는 추세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당장의 실적을 내기 위한 움직임인데 금리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두고두고 금융사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작년 5월 이후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유지해왔는데 올해만 0.25%포인트씩 두 차례 올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내년 1분기 인상 가능성도 열어놨다. 시장금리도 상승 추세다.
금융사 입장에선 금리 상승이 나쁘지 않다.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개선되고, 다른 금융사들도 신규 사업을 할 때 더 높은 이율을 챙길 수 있다. 실제 은행들은 금융당국과 정책의 비호 속에 대출 이자를 가파르게 올려받는 모습이다.
다만 기업금융 영역에선 금융사들이 반드시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이고 신뢰가 쌓인 사모펀드(PEF), 기업 등 차주와 거래하려는 수요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금융 주선을 따내려면 조건에서 최대한 양보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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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맥쿼리PE는 LG그룹 계열사 S&I코퍼레이션의 건물관리(FM) 사업 인수자로 선정됐다. 국내 대형 금융사들을 통해 인수금융을 조달하기로 했는데 처음 시장에 거론된 금리 수준은 4%대 초반으로 시장에서 소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 있었다. 대출 거래의 최종 수요자는 2금융권인데, 이들이 감수할 마지노선은 4%대 후반~5%대 초반이다. 거래 진행 중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이외에도 MBK파트너스 등 블라인드펀드 자금이 두둑한 PEF들의 투자 행보는 활발하다. 지금 금리 환경에 맞춰 대출 조건을 설정해서는 대주단 구성이 어려울 수 있다. 금리 상승기엔 차주는 지금 수준에서 고정하길 바라고, 금융사는 금리 상승분을 누리길 원하기 때문이다. 차주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가 재매각(Sell down)이 잘 되지 않으면 고스란이 주선사 부담이 된다. 금리 상승이 계속되면 ‘대출의 고정화’를 피하기 어렵다. 손실이 나지 않을 거래라 하더라도 자금 운용의 기회를 잃는 것이 부담스럽다. 담당자 인사 고과에도 득이 되지 않는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미매각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율은 정해져 있지만 금리 상승기엔 조달 비용이 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엔 대출 규모도 느는 추세인데 그럴수록 금융사의 위험성도 함께 커진다. KKR은 SK E&S 우선주 투자금 약 2조5000억원 중 75%인 1조9000억원가량을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인프라 투자 성격이고, 향후 도시가스 자회사들을 받아올 기회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LTV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 시장에 제안했던 선순위 대출 금리는 3%대 중반인데 시중은행도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수치란 평가다. 이 거래 역시 대주단 구성 중 기준금리가 올랐다.
대형 대출은 대주단 구성원이 늘어난다는 점에서도 부담이다. 조단위 M&A 인수금융에선 상호금융의 지역 단위 기관 자금까지 끌어모아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들에게 여의도 금융권의 표준 관행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주단은 ‘만장일치’로 의사 결정하니 투자 규모가 작다고 존재감도 작지는 않다. 한 금융사는 대형 제조사 관련 인수금융의 만기를 2년 연장하려다가 지역 단위 기관 한 곳의 반대로 1년의 말미만 얻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대기업 관련 대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사는 목줄을 죄고 있는 기업의 일반 대출은 조건을 바꾸기 쉽지만, 국내외에서 대형 M&A와 투자를 하는 대기업에는 이런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자금 조달처나 방식이 다양화돼 있어 국내 금융사 의존도가 낮다. M&A 자금을 빌릴 때도 금융사 담당 지점들에 ‘조건을 제시하라’고 한 후 가장 유리한 것을 고른다. 대기업의 투자 발표가 난 후 금융사들이 부랴부랴 찾아가는 사례도 많다.
금융사들이 대형 PEF와 대기업에 목맬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실적 부담 때문이다. 소형 거래든 대형 거래든 들이는 품은 비슷하니, 다소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대형 거래 주선에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기엔 주요 먹거리 중 하나인 리파이낸싱(차환) 거래도 줄어들기 때문에 새로 진행되는 거래를 따내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그렇다고 금융사가 무한히 물러설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금융사의 기업금융 담당 부서는 부동산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려는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