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바뀌자 핀테크 육성 방안도 '오락가락'
금융위, 일선과 소통 부족… 갑을관계 뚜렷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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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위는 올해 초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핵심 추진과제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핀테크 육성 가속화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계획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금융위원장 교체 이후 기조가 바뀌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사이 일선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 금융위는 코로나19 이후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에 올인하는 모양새였다. 실제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둔화되기도 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조기에 시행되고, 제2금융권의 DSR 기준을 더 엄격하게 조정했다.
다만, 가계부채 관리 외에는 금융위가 제시한 정책들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평이다.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서비스는 전통금융사 반발에 사실상 무산됐으며, 라임사태 증권사 CEO 징계는 금융위의 결정 유보에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원금 손실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해줘 판매 초기부터 논란이 됐다.
특히 올해 공을 들였던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은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위는 운용사의 책임을 강화해 공모펀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시행규칙·감독규정의 연내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 1월 발표된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다.
이에 분기·반기마다 공모펀드의 운용성과를 평가해 운용사의 운용보수를 결정하는 '성과연동형 운용보수'가 신설된다. 성과보수를 도입한 공모펀드나 운용사가 자기자본을 투자한 공모펀드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된다.
운용업계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금융위의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이 와닿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업계에선 국내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은 죽었다며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할 거란 평가를 하기도 한다. 앞서 2017년 금융당국이 도입한 성과보수형 펀드는 운용사의 외면에 지난해 말 기준 14개로 설정액이 225억원에 그쳤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가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지며 공모펀드는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업계에선 공모펀드를 활성화할 유일한 방법으로 ISA에 도입된 것처럼 세제 혜택을 꼽지만, 관련 논의는 전혀 없고 금융당국은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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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산업 육성도 올해 금융위의 핵심 계획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의 기조가 바뀌며 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8월 금융위원장이 교체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1월 핀테크를 육성하기 위해 디지털 샌드박스 도입·핀테크육성 지원법 제정 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 금융플랫폼에 특혜 없이 금융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원칙을 밝히며 핀테크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며 일부 핀테크 업체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 상품 연결·보험 관련 비교추천 등의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 빅테크를 겨냥한 규제지만, 중소핀테크 기업도 영향을 받게 되며 새로운 시장참여자의 진출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12일 금융위는 중소 핀테크기업을 대상으로 금소법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금소법이 본격 시행된 지 한 달 반 만이다. 이미 운영하던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질의응답이나 애로사항 청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여주기식 설명회에 불과하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아울러 금융위의 핀테크 지원 사업 실적이 크게 줄었고 내년 예산도 삭감된다. 올해 60개 기업에 66억5000만원을 지원할 목표였으나, 10월 기준 38개(63%) 기업에 41억2200만원(61%)을 지원했다. 집행 부진에 금융위는 내년도 핀테크 지원 사업 예산안을 올해 대비 37억 7700만원(20.6%) 줄인 145억7900만원을 편성했다. 금융위는 코로나 장기화로 경기 상황이 악화해 수요가 줄었다는 입장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는 이제 걸음마를 벗어난 단계인데, 금융위는 전통금융권의 입장을 대변해 싹을 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금소법의 경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서비스별로 가능 여부를 하나하나 물어봐야 해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또한 금융위의 의지로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이 국회 표류 중이라 당분간 사업 확장도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 건 금융위가 일선과 '소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책을 만들 때마다 이해관계자를 불러서 의견을 물어보지만 사실상 통보나 다름없다"며 "금융위와 우린 갑을관계가 뚜렷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