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LG vs SK 배터리戰…리더십 경쟁도 본격화
입력 2021.12.16 07:00
    2025년까지 매년 3조 이상 배터리 증설 필요
    LGES '70조' IPO에 SK온 '3조' 프리IPO 유치
    몸값 뛰며 위상도 변화…반도체급 존재감으로
    수주·증설·품질 관리까지…리더십도 주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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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그룹과 SK그룹의 배터리 사업 격전지가 한층 더 넓어지고 있다. 올 초 특허 쟁송을 마무리 지으며 각각 GM과 포드라는 강력한 파트너십을 확보한 양사는 조달 전략에서 다른 길을 걸으며 내년 본격화할 주도권 경쟁을 준비 중이다. 2025년까지 배터리 시장의 공급 부족이 예고된 가운데 수주와 증설, 몸값까지 양사 배터리 경쟁의 변수도 지속 확대할 전망이다. 특히 배터리 수장으로 돌아온 권영수 부회장과 등판이 가시화하는 최재원 부회장 간의 리더십 경쟁도 주목할 만 하다.

      양사 배터리 사업의 핵심인 LG에너지솔루션(LGES)과 SK온은 당장 내년부터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2025년까지 매해 3조원 이상 설비투자에 나서야 한다. 

      LGES와 SK온은 한국과 미국, 중국, 유럽 4개 지역에 각각 150GWh,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양사가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법인(JV)을 포함해 2025년까지 확보할 생산 능력은 약 700GWh 이상. 2025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약 1.3TWh 안팎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LG와 SK가 절반 이상을 담당할 수 있는 셈이다. 

    • 연말을 전후해 LGES와 SK온은 실탄 마련이 한창이다. LGES는 지난 7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트랙에 올랐다. 제시한 몸값은 최대 70조2000억원. 모회사 LG화학의 시가총액을 훌쩍 넘는다. LGES가 공모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최대 12조750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직 채비를 갖추지 못한 SK온도 3조원 규모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을 통한 조달 과정에서 양사 몸값이 뛰면서 그룹 내에서는 물론 국내 증시에서의 존재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LGES의 경우 공모가 하단을 가정하더라도 LG그룹 최대 몸값을 기록할 가능성이 큰데, 공시에 따르면 삼성SDI와 중국 CATL을 비교 기업 삼아 평가한 시가총액이 112조2026억원에 달한다. 상장 후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각종 지수 편입으로 인해 패시브 자금 유입이 기대돼 단숨에 SK하이닉스를 넘어설 거란 시각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분할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가 할인 우려가 무색해진다. 

      LGES의 성공적 상장은 SK온에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안길 수 있다. SK온의 프리 IPO 추진 소식에 폭락한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주가는 LGES의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SK온이 상장 시점을 늦출 예정인 만큼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하면 SK의 배터리 사업에 투자할 대안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SK온은 내년 중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는 데다 포드 유럽 공장 추가 수주를 감안하면 SK이노베이션 주가에 배터리 사업 가치가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단 시각이 적지 않다"라며 "LGES 상장 이후 LG화학 주가가 벤치마크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두 배터리 사업의 시장 내 존재감은 앞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 양사가 그만한 가치를 증명하기까진 과제도 산적해 있다. 기대 몸값에 걸맞은 수익성을 확보할 때까지 관리 능력이 주요 변수다. 

      현재 220조원인 SK온의 수주잔고는 내년 300조원을 넘어서며 수주 물량 기준 압도적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스텔란티스 물량을 확보한 LGES의 수주잔고가 200조원 규모다. 양사가 그간 수주를 따낸 뒤 증설에 나서왔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SK온은 경쟁사의 2배 가까운 속도로 생산 능력을 확장해야 한다. 선발주자인 LGES가 작년까지만 해도 해외 증설 과정에서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 공장에서 품질 문제가 불거졌던 선례가 있다. 

      LGES는 반대로 추가 고객사 유치를 통해 SK온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 당분간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대규모 발주가 공백기를 맞이할 예정이다. 올해만 고객사 리콜 문제가 두 차례 있었던 만큼 품질 우려를 최소화하며 양질의 수주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거란 평이 나온다. 

      LG그룹은 SK온의 추격이 거세지자 지난달 일찌감치 권영수 부회장을 수장으로 복귀시키며 선제적인 리더십 강화에 나섰다. 권 부회장은 과거 LG그룹 배터리 사업 외형을 단기간 내 확장한 주역으로 꼽힌다. 복귀와 동시에 상장 채비를 갖추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주도권 강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맞서 SK그룹에선 최재원 부회장이 SK온을 맡게 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부회장 역시 과거부터 그룹 배터리 사업을 총괄 지휘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인사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최 부회장 복귀와 함께 양사가 체급을 나란히 하게 될 거란 기대감이 높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최 부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한 제반 여건을 살피고 있다"며 "국내 산업 지형에서 반도체 다음가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시되는 터라 양사의 리더십 역시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중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