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주가 부진 감안하면 고평가라는 시각도
기관 사이에선 정의선 회장 ‘자금줄’이라는 의견 팽배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내년 2월 본격 상장을 앞둔 현대엔지니어링을 두고 예상 시가총액과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장외가격과 비교해 보수적인 공모가 산정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국내 건설사 지표를 감안하면 여전히 고평가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구주 매출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기업가치는 정 회장의 승계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과거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 회장의 ‘주식 투자 수익률’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할인율 적용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최소 4조6300억원에서 최대 6조500억원으로 책정됐다. 당초 장외 몸값이 약 10조원으로도 거론됐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 평가 방식을 곰곰이 살펴보면 단순히 ‘보수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비교회사로 꼽히는 국내 건설사들의 주가가 최근 부진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꼽은 비교회사 가운데 국내 건설사는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GS건설 등이다. 이들 세 회사 기준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차용한 EV/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멀티플 배수를 산정하면 평균 5.1배 정도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적용한 평균 멀티플 배수 11.64배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가총액 역시 비교회사와 다소 차이가 난다. 3분기 말 기준 삼성엔지니어링은 4조5000억여원, 대우건설은 2조5000억여원, GS건설은 3조5000억여원 수준이다.
국내 건설사 세 곳을 제외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이 비교회사로 꼽은 회사는 모두 해외 건설사다. 그 중에서도 글로벌 상위권을 다투는 호주 월리파슨스나 캐나다 WSP글로벌 등은 멀티플 배수가 16.21배, 22.74배 등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평균 멀티플 배수가 낮아지고, 자연히 기업가치도 줄어드는 구조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예상 기업가치는 그대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와 연결된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게 평가받는 것이 유리하다. 그만큼 정 회장이 구주매출로 얻어갈 수 있는 자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한 정 회장의 승계자금 확보에 대한 큰 그림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엠코의 최대주주(지분 25.1%)였던 정 회장은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 직후 보유 주식 평가액이 약 3500억원을 웃돌게 된다. 2004년 현대엠코 지분을 사들일 당시 약 375억원가량을 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기준으로 10년 동안 이미 10배 가까운 수익을 낸 셈이다.
여기에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가치가 공모가 상단으로 정해진다면 정 회장이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약 4048억원 수준이다. 합병 이후 7년 만에 수천억원 수준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딜(거래)이라는 공공연한 평가가 우세하다. 실제 구주매출 비중이 75%에 이른다는 점도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정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기아 등이 모두 구주매출을 앞두고 있다. 구주매출 주식 수는 총 1200만주에 이르며 이 가운데 정 회장의 주식 수가 534만1962주로 가장 많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은 사실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라며 “상장 시기가 LG에너지솔루션 직후라는 점도 투자 결정에 고민이 될 만한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