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조건 없는 2% 예금’ 두달만에 한도 1억원 설정 ‘뭇매’
케이뱅크 파킹통장에 최대 3억원 1% 금리…"토스뱅크 이탈 고객 노려"
토스뱅크 "대출 재개해도 금리인상 계획 없어"…수신경쟁력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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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1, 2위 사업자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연이어 예적금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후발주자인 토스뱅크의 수신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토스뱅크는 지난 10월 출범하면서 금액, 만기, 한도가 없는 ‘조건 없는 2% 예금’을 출시했으나, 두달도 안돼 1억원 한도를 설정하는 등 혜택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16일 케이뱅크는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금리를 최대 3억원까지 연 1.0% 금리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기존 0.8%에서 0.2%p 인상한 수치다. 파킹통장이란, 주차를 하듯 목돈을 잠시 맡기고 언제든지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통장을 말한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나와 수시입출금 통장보다 높은 금리를 지급한다.
이는 내년부터 파킹통장에 대해 1억원까지만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축소한 토스뱅크를 겨냥한 것으로 토스 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예금과 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는 지난 13일부터 올렸다. ‘코드K 정기예금’의 금리는 가입 기간별로 △1년 이상 연 1.5%에서 2.0% △2년 이상 연 1.55%에서 2.1% △3년 이상 1.6%에서 2.2%로 인상됐다.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인 적금 금리도 0.3~0.45%p 올렸다. ‘코드K 자유적금’ 금리는 연 2.1~2.3%로 ‘주거래우대 자유적금’은 2.3~2.5%로 적용됐다.
그보다 앞서 카카오뱅크도 예∙적금 금리를 가입기간에 따라 0.2~0.4%p 인상했다.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의 금리도 기존 0.8%에서 1%로 0.2%p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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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인터넷전문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인상된 영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토스뱅크의 2%대 금리가 영향을 안 미쳤다고 할 순 없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상과 발맞춘 행보”라고 말했다.
반면, 토스뱅크는 출범과 함께 조건없이 연 2% 금리를 내세워 고객몰이에 나섰지만 두달도 안돼 1억원으로 한도를 설정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대출한도 5000억원을 모두 소진해 대출을 중단하고 역마진이 생긴 상황에서 금리 혜택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했다”며 “약 99%의 고객이 1억원 이하로 예치금을 넣고 있어 대다수가 기존과 변함없는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밝혔다.
토스 측은 파킹통장에서 2% 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케이뱅크가 파킹통장에서 한도 3억원까지 금리를 제공하면서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억원 이상의 목돈을 넣을 고객은 0.1% 금리인 토스뱅크보다 1% 금리의 케이뱅크로 가는 것이 더 유리해서다. 실제로 재테크 커뮤니티에서 토스뱅크에서 갈아탈 상품 정보를 공유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토스뱅크는 대출을 재개하더라도 당장의 예금 금리 인상은 없을 예정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내년부터 대출을 재개할 계획이지만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인 시점은 당국의 결정에 따라 재개할 것”이라며 “역마진이 해소되어 정상궤도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곧바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경쟁도 내년에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중∙저신용자 대출 제외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시중은행들도 상품을 확대하겠다고 밝혀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내정자는 "가계대출은 보통 (연간) 7% 정도 성장했지만 내년은 4~5% 이하 성장으로 제한을 받고 있는데, 이는 KB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은행의 문제"라며 "가계대출 성장을 제한하는 것은 우량고객들이고,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소득층고객에게는 한도가 열려 있는 만큼 성장기회로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비해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가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시중은행과 동일선상에 두는 것은 공평치 않다고 주장하지만, 차등하는 것이 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만 대출 제외 비중을 높이면 비슷하게 중저신용자 대출이 많은 일부 지방은행과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가능해진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여신 규모 체급 차이가 큰 시중은행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예외를 적용받는다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 달성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예컨대 토스뱅크의 올해 여신잔액(5000억원)을 기준으로 증가율 목표치를 내년도 저축은행 업계 수준인 10%를 부여받는다면 여신 잔액 증가치는 500억원에 그친다. 지난 9월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약 93조원으로, 여신잔액 증가치는 9조3000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뱅크 출범 당시에도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대책이 시행되고 있어 역마진 발생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며 “내년도에도 강력한 가계부채 총량 관리가 예상되는 데다,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 달성 압박은 거세지고 있어 토스뱅크 입지가 더 어려운 형국됐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