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 막히자 해외 M&A로 눈돌리는 큰 손들
입력 2021.12.29 07:00
    취재노트
    자본시장법 개정, 개인 사모펀드 투자 제한
    경영참여 출자 큰 손들…국내법 피해 해외 투자로 선회
    전문투자자 요건 갖추지 않는 일반 기업도 동참
    •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사실상 고액자산가들의 경영참여 사모펀드(PEF)의 투자를 제한했다. 일반 기업체 또한 사모펀드에 출자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수 천억원 이상의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중·대형 운용사를 제외하고, 프로젝트펀드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다수의 PEF 운용사들은 앞으로 자금모집이 더욱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엔 일부 경영참여를 목적으로하는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해외 M&A 매물을 찾아나서는 사례들이 종종 나타난다. 현행법에따라 국내에선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받아 펀드를 결성하기 어려워진 만큼 해외에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설립해 외국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과거 경영참여 PEF에 자금을 출자해 수익자로 이름을 올렸던 고액자산가, 일부 개인투자자들도 이같은 투자 전략에 관심이 높아졌다.

      기존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기관참여형 사모펀드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투자시장엔 상당한 혼란이 있었다. 사모펀드의 출자자수를 과거 50인에서 100인으로 늘렸으나, 기관전용펀드엔 연기금, 금융회사, 전문투자자 등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에서 법 개정 직전까지 시행령을 완성하지 못하면서 펀드 결성이 지연되며 연내 투자가 사실상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기관전용과 일반사모펀드 모두 투자처에 대한 제한은 없다. 일반 사모펀드에는 개인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일반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 상당수가 기업을 직접 인수해 경영하는 경영참여 M&A 이력이 거의 없다. 출자자들의 성격도 일반사모펀드와 과거 경영참여형 투자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사모펀드에 돈을 맡기는 주체들은 고액자산가들이 주를 이룬다. 과거 사모펀드의 출자자수가 50인 이하로 제한됐기 때문에 한 건에 수 십억원 이상의 현금을 출자할 수 있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500억원 규모의 비교적 소규모 M&A를 진행한다면, 인수금융을 제외하고도 200~300억원의 자금을 모아야한다. 기관투자가들의 출자가 포함되긴하지만, 소규모 운용사들은 네트워크가 형성된 일반 중소기업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고액자산가 풀(Pool)에는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 오너일가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오너 2~3세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해 일부 운용사의 자금 모집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이 상당히 보편화해 있다. SNS를 이용해 운용사가 만든 투자안내서 등을 공유해, 불과 며칠 내에 수 십억원의 자금을 모으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다. 투자 대상이 안정적이고, 비교적 높은 수익률이 기대될 때의 이야기이다.

      자산가들의 국내 사모펀드 투자는 사실상 제한됐다. 엄밀히 말하면 국내에서 설립하는 사모펀드에 투자가 제한되면서, 해외 투자 물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운용사는 해외 또는 조세피난처에 SPC를 설립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해외 기업에 투자를 하면 사실상 국내 사모펀드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일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과거 중소, 중견 기업들은 사모펀드 운용사에 출자해 자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인해 비상장사는 금융투자상품 500억원 이상, 상장회사는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회사만이 기관전용 사모펀드에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 또한 금융투자협회에 투자자 등록을 해야한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회사가 사실상 많지 않을뿐더러, 전문투자자 라이선스까지 받아야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있다보니 자연스레 해외 투자에 나서는 운용사에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중소형 운용사들이 해외 M&A 대상을 찾아나서고, 직접 투자에 이르기까지의 물리적 제약이 있다.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와 이를 실행에 옮길 실무자가 필요하다. 실사 기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담보해야한다. 아직까진 일부 PEF 운용사들의 이야기이지만, 점차 양극화하는 사모펀드 시장에서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