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보유 지분율엔 영향 없어…펀드 자산 이전 성격
해외에선 자주 쓰이는 방식…컨티뉴에이션 펀드 유사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쿠팡 2대주주인 그린옥스캐피탈(Greenoaks Capital)이 잇따라 주식을 처분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쿠팡 투자회수(Exit)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펀드 자산을 재분배해 지분을 장기 보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그린옥스캐피탈파트너스는 쿠팡 클래스A 보통주 4999만1781주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쿠팡 클래스A 보통주 기준 총 발행주식 수(15억4033만주)의 약 3.3%에 해당하며, 15일 종가 기준(27.36달러) 약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 두고 투자 업계에선 그린옥스캐피탈이 쿠팡 지분율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는 그린옥스가 펀드 자산을 다시 분배하는 것으로 쿠팡 실질 지분율에는 변동이 없는 거래로 파악됐다.
그린옥스는 공시를 통해 이번 거래가 “투자자문사로서 펀드 자산 등 현물 분배를 위한 결정(an in-kind distribution by certain funds and accounts)”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선 'in-kind distribution'을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지만, '현물 분배' 정도가 가장 유사한 의미로 거론된다. 즉 주식을 처분한 후 확보한 현금을 투자자에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증권 또는 기타 자산 형태로 투자자에 돌려주는 방식일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모펀드의 수익증권을 편입해 운용하는 자펀드 간 자산 재분배 차원에서 이런 방식을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각 펀드의 출자자(LP) 구성이 동일하거나 각 출자자 간 동의가 있다면 어렵지 않게 재분배가 가능하다.
운용사들은 기존 펀드의 만기가 도래했지만 우량 포트폴리오를 계속 보유하고 싶을 경우 이런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해외 PEF 시장에선 기존 LP에 회수 혹은 계속 투자 선택권을 주는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도 각광받고 있다. 이 경우 펀드를 새로 만드니 만기가 갱신된다. 강력한 성장 잠재력이 있는 자산이라면 GP 입장에서도 회수를 서두르는 것보다 후일을 도모하는 편이 유리하다. 사실상 LP 교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린옥스의 경우 만기가 다가온 펀드는 아니지만 기존 LP들의 수익을 실현하려는 차원일 가능성도 있다. 포트폴리오의 자산 가치가 오르면서 LP들이 일부 이익 실현을 원할 수 있고, 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자산 재분배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펀드 간 자산 이전인 만큼 실제 지분이 매각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인 지분율이 달라지지도 않는다.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세법상 주식을 현금이 아닌 현물로 배분할 경우 일부는 자본이득으로 과세되면서 양도소득세율이 낮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PE업계에선 '현물분배' 개념이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만큼 '지분 매각'으로 오인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표준화된 거래지만 국내엔 비슷한 전례나 규정이 없었던 만큼 혼동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대형 PEF 운용사가 현물분배 개념을 꺼내들기도 했지만 생소한 방식이다 보니 국내 LP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린옥스의 지분 처분은 매각이 아니라 자산 배분 차원으로 보인다"며 "그린옥스는 최근 쿠팡 지분을 더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