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으로 기사회생한 두산重...업계는 스팩 '열공'中
입력 2022.01.04 07:00
    두산중공업, 소형원자로 투자로 조단위 투자 수익 기대
    탈원전이 오히려 신사업 기회로
    해당 투자 담당한 김앤장 등에 문의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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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두산중공업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딜을 계기로 기사회생하며 산업계에서 벤치마크가 한창이다. 두산중공업이 투자한 ‘소형모듈원자로’(소형원자로) 기업이 스팩을 통해 신속하게 상장하며, 시장이 계속 확대될 경우 20배 이상의 투자 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게 된 까닭이다. 

      해당 피투자 회사가 스팩을 통한 덕분에 두산중공업은 불과 2년만에 투자 성과를 낼 수 있게 됐다. 현재 스팩 시장에는 투자 회사가 미국 스팩과 합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혹은 자회사의 미국 스팩 상장이 가능한지 등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올해 미국 증시의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스팩이었다. 2021년 미국에 상장된 스팩은 612개로 해당 스팩에 몰린 자금만 1620억달러(한화 200조원)에 달한다. 2019년 59개, 2020년 248개 스팩이 상장되었다는 것과 비교해 그 숫자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스팩 상장은 통상의 상장과 반대 과정으로 빈껍데기 회사를 상장시켜놓고 알맹이인 회사를 찾아 인수하는 절차를 거친다. 통상의 상장절차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진행된다.

      국내 스팩은 한국거래소 예비심사를 거쳐야 해 이런 매력이 떨어지지만, 미국은 양사간 합의만 있다면 2달 안팎에 상장 절차가 종료된다. 지난해 켄싱턴캐피털애퀴지션 스팩과 합병한 전고체 배터리 제조업체 퀀텀스케이프는 9월 초 합병 합의 후 11월말 합병 완료하며 불과 두 달 반만에 상장 절차를 마쳤다. 

      두산중공업이 잭팟을 낸 것도 이런 스팩의 속도성에 기반했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뉴스케일의 벤처투자를 단행했다. 소형원자로는 시장이 열리지도 않았고 상당부분 아이디어 차원의 사업이었던 시기에 뉴스케일에 4400만달러(약 500억원)를 투자했다. 뉴스케일의 매출도 없고, 기술의 상용화 여부도 불투명했던 시기였다.

      이후 뉴스케일파워가 지난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 심사를 마치고, 폴란드,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에 소형 원자로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폭됐다. 두산중공업 투자 포함 약 13억달러(1조5000억원)의 투자자금을 모으면서 기업가치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14일에는 미국에 상장된 스팩인 스프링 밸리 에퀴지션(나스닥)과의 합병을 발표했다. 뉴스케일의 기업가치는 19억달러(2조원)로 인정받았다. 두산중공업이 재무적 투자자와 투자한 440만달러(500억원)의 지분의 가치는 9150만달러(1조원)로 약 20배 이상이 띈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에도 6000만달러(약 700억원)을 투자해 총 조 단위 투자 수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런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이후, 한때 1만원 아래에서 거래되던 두산중공업 주가는 최근 2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소형원자로 부분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원전 사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섰던 벤처투자가 에너지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투자를 진행한 두산중공업뿐 아니라 삼성물산, GS에너지도 상당한 투자성과가 기대된다. 삼성물산은 올해 2000만달러를 뉴스케일에 투자했으며, 합병 과정에서 스팩에 대한 투자도 약정한 상태다. GS에너지도 투자금액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뉴스케일 투자에 참여했다.

      해당 거래 성사 이후 국내 대기업의 뉴스케일 투자 및 미국 스팩을 담당했던 자문사들이 바빠지고 있다. 해당 거래의 국내 자문은 김앤장에서, 현지 자문은 원자력 분야에 전문성이 높은 로펌인 필즈베리(Pilsbury)가 맡았다.

      원자력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업이다 보니 미국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거래였다는 평가다. 더불어 스팩 상장의 경우 미국 SEC의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거래가 쉽지 않은 요인이었다. 

      그럼에도 상장에 성공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비슷한 거래에 대한 니즈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단 소형원자력발전소뿐 아니라 대기업 계열사 등이 미국 스팩 상장을 통해서 나스닥에 진입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비단 이번 소형원자로 말고도 스팩 상장을 통해서 미국 증시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니즈가 있다”라며 “뉴스케일 사례가 물꼬를 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