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대란’ 겪는 사모운용사들, 증권사들 직접 수탁에 펀드 결성 기대
“신금투도 PBS 접는데”…적은 PBS 사업자에 고액 수수료 담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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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증권사들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헤지펀드 지원업무) 직접 수탁 업무에 뛰어드는 가운데, 사모운용사마다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라임사태 이후 수탁사를 못 구해 펀드 결성을 못하는 ‘수탁대란’이 이어져 온만큼 숨통이 트일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한편에서는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수탁수수료는 다시 낮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영향이 제한적일거란 회의적 전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
5일 증권가에 따르면, 사모펀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라이선스를 보유한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잇따라 사모펀드 수탁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다.
우선 NH투자증권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펀드 수탁 업무에 뛰어들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사모펀드환매중단 사태로 수탁대란이 벌어지자 지난해 수탁업무를 직접 하기로 결정하고 수탁업 추진 테스크포스(TF)를 만들고 PBS 본부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PBS 수탁 업무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운용업계는 펀드 수탁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펀드가 출시되기 위해서는 운용사, 판매사, 수탁사가 필요한데 그동안 수탁사는 은행이 주로 맡아왔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수탁사에 감시∙감독 책임을 묻자, 은행들은 수탁 업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수탁 수수료도 적어 은행 이익에 별 도움도 안 되는데 책임은 많아져서다. 그 결과, 펀드 수탁 수수료도 최대 15배까지 치솟은 정도다. 수탁사에 직접 업무를 맡기던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들도 PBS를 통해 어렵게 수탁사를 구하는 일도 있었다.
증권사의 PBS 수탁 진출에 사모운용사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펀드 수탁사를 구하기 한층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 사모운용사 관계자는 “연이은 수탁 거절로 펀드 결성도 못한 것들이 여럿 있는데 증권사들이 수탁 시장에 뛰어든다면, 펀드 결성이 한층 더 수월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PBS 업무 특성상 헤지펀드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수탁업무까지 맡게 되면 더 전문성 있을 것 같다”며 “펀드의 신탁과 감시에 더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높아진 수탁 수수료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모펀드 사태 이전 수탁수수료는 0.01%~0.02%(1~2bp) 수준이었다. 최근 수탁 수수료는 최소 10bp부터 시작해 10배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모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신한금융투자도 PBS 사업을 대폭 줄이고 있는데 PBS사업 하는 증권사들끼리 높은 수수료를 부르며 담합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다른 선택지도 많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비싸게 수탁 수수료를 맡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운용사와 중소형 운용사간의 수탁대란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모펀드사태 이후, 은행들은 펀드 손실책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름이 잘 알려진 대형 운용사들과 안정적으로 수탁 계약을 맺는 한편, 트랙레코드가 없는 중소형 운용사의 펀드 수탁 자체가 기피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한 중소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탁 수급 불균형이 워낙 심각해 증권사가 뛰어든다고 해도 높아진 수탁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수탁사가 넓어진 것은 다행이지만 중소형 하우스 입장에서는 높아진 수탁수수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