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선 "그럼에도 우리사주 락업 해제 전 매도는 오판"
소수 이너서클 중심의 김범수 '정(情)리더십', 근원지적
공동체 컨트롤타워 기능 잃어…거버넌스 붕괴 우려 야기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논란 여파가 계열사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카카오는 영업이익 저하 우려까지 불거지며 주가가 하락했고, 카카오뱅크는 주당 5만원선이 붕괴되며 상장 후 최저 주가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불어진 규제 이슈까지 더해지며 증권사들은 카카오 계열사들의 목표주가를 낮추면서 이제 '실적'을 따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류영준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 주식매각에서 비롯됐지만 지금 주식시장서 형성된 반(反)카카오 체감도는 예상보다 더하다. 한국 대표 IT 대장주이자, 혁신기업으로서의 공고했던 이미지와 그간 성과에 한꺼번에 의구심이 더해지는 분위기다.
이해상충 피하려면 매각 불가피? 그래도 누군가 말렸어야
사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동시다발적인 주식매각에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도 있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류영준 대표는 장기 성과를 공유하는 스톡옵션의 취지상, 카카오페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카카오 공동대표로 취임한 후에도 카카오페이 스톡옵션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 카카오-카카오페이 두 법인간 내부거래도 상당한 터라, 자칫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도 우려됐다.
양도소득세 부담 회피 목적도 예상됐다. 경영진 보유 주식은 '대주주 주식매각' 요건에 해당, 이 경우 양도차익의 최대 33%가 양도세로 부과된다. 하지만 주주명부폐쇄일인 작년말 이전에 처분하며 대주주 요건 적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카카오페이 직원들이 소속된 우리사주조합도 락업(Lock-Up) 해제가 안되어 주식을 못파는 상황에도 경영진들만 한꺼번에 내다판 점은 '오판'이라고 자성하는 분위기다.
특히 회사를 이끌어가는 신원근 차기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 및 현직 임원들도 대대적으로 참여한 경영진들만의 '집단행동'이라는 점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아무리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카카오 그룹의 규모나 성장기대감에 비해 경영진들의 윤리의식이 수준 이하라는 비판이었다.
당연히 카카오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함께 주가하락과 실적저하로도 이어질 사안이었다. 게다가 코스피200에 편입된 당일에 주식을 단체로 매각하려면 사전적인 계획과 최고 경영진의 승인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 최고위층에서 류영준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들에게 "좀 더 나중에 파시라, 그룹 전반적으로 평판이 무너질 수 있다"라고 이들을 제어하거나 설득했어야 하는데, 이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리스크를 가벼이 본 것이 원인이라는 의미다.
여지껏 각자도생? 카카오페이만의 문제가 아닌 그룹 전체의 문제
그간 카카오는 외부 투자유치나 계열사 상장 등 중요한 고비 마다 "조직문화상 본사 차원의 계열사 통제가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쟁사인 네이버와 비교할 때, 의사결정 권한을 카카오 각 계열사 수장에 전적으로 맡기는 등 '독립적인 지위'를 보장한다는 것.
이는 카카오뱅크ㆍ카카오페이 동시 상장 과정에서 계열사간 경쟁이나 조율 부재로 비춰지기도 했지만 그만큼 IT 대장주에 걸맞는 창의성과 성장동력으로서의 경쟁 지향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특히 외부 인재 영입 과정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 즉 우수 인재를 데려올 때 '뼈를 갈 만큼의 노동강도와 그에 걸맞은 성과’를 요구하지만 그 대가로 업무 자율성을 최대 원칙으로 강조한다는 것. 상대적으로 카카오 본사가 건건이 개입하기 어려운 면도 일부 있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계열사 중심 시스템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조직문화를 방치, '공동체'로서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전부로 리스크가 불거지도록 놔뒀고, 이는 카카오 본사가 공동체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동시에 그간 자주 거론된 김범수 의장 중심 카카오 내부 소수 이너서클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결국 곪아터지며 거버넌스 붕괴를 야기했다는 지적도 더해지고 있다.
한 경쟁사 임원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의 논란이 있었다. 이쯤 되면 김범수 의장에겐 지근거리서 직언해주는 인물이 하나도 없는 것 아니냐"며 "김범수 의장 특유 '내 사람 챙기기'가 경영진 도덕적 해이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범수 의장 등의 '이너서클 챙기기'는 업계 내에선 정평이 나 있다. 이미 각 계열사엔 김 의장이 창업 초기부터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한 인물들이 대거 대표 및 임원으로 포진해 있다. 이들은 지난해 잇따른 분할상장으로 천문학적인 돈방석에 앉았는데, 증권사 VVIP 컨설팅업계에선 '카카오 30대 임원'이 새로운 고유명사로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스톡옵션으로 뜨고 스톡옵션으로 죽는 기업"이란 관전이 나오기도 했다.
외부 출신의 젊은 법조인을 CEO로 앉힌 네이버 인사와 달리, 카카오가 대표이사로 여민수-류영준이란 '믿는 카드'를 꺼낼때부터 업계에서는 김 의장의 이너서클 문화가 다시 거론됐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카카오벤처스 등 두 벤처투자조직의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데에도 김 의장의 '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도 다시 나오고 있다. 일원화 측면에서 통합을 검토, 후기투자에 집중하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중심 흡수합병 결론에 도달했으나 카카오벤처스에 김 의장의 오랜 가신(家臣)들이 대거 포진해 있어 결단이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IT업계 한 개발총괄은 "업계 특성상 동료를 푸시하고 뼈를 갈아야만 그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당연하다.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려면 조직원의 미움을 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라며 "그러나 성과를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인 만큼, 소수인물 중심으로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고 내부평판이 실제 인사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내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결국 문제"라고 지적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엔 실적 기대감과 신사업 소식 등 다른 카드론 판도를 뒤집기 어렵다고 본다. 경영진 주식매도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기에도 이를 강제할 근거 마련이 쉽지 않다"며 "경영진 고민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라 전망했다.